[언더그라운드. 넷]9월 10일 3차대전 발발…중국 예언가 소동의 전말

7월 17일 말레이시아 항공사고, 7월 23일 대만 항공사고, 7월 30일 진도 8의 지진이 칠레를 강타…. 7월 마지막주 주말, 인터넷을 강타한 ‘중국인 예언’의 내용이다. 별다른 내용은 없다. 날짜와 사건이 쭉 나열되어 있을 뿐. 17일과 23일자 사건은 진짜다. 7월 30일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은 다음과 같다. 8월 12일 중국 전국을 들썩이는 스캔들 발생. 8월 19일 러시아 지역 전쟁 발발, 그리고 마지막으로 9월 10일은 역사적인 날인데, 바로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날이다.

이 중국인 예언이 사람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는 까닭은 캡처된 이미지 속에 적힌 예언이 처음 인터넷에 올려진 시간이다. 2014년 3월 22일 하오, 그러니까 오후 12시37분이다. 7월 17일과 23일의 두 사건을 약 4개월 전에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뜻이 되겠다.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중국인 예언 사진. | 뽐뿌

사실일까. 사실, 이 예언을 검증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지금은 과거가 되었지만 예언이 처음 유포될 26일이나 27일쯤에는 며칠 뒤의 일인 7월 30일 칠레에서 진도 8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걸 체크하면 된다. 서울이나 북경은 칠레보다 시간대가 이르다. 7월 31일 오후 12시가 돼야 최종적으로 칠레의 7월 30일이 마감된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7월 17일과 23일은 어떻게 맞혔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누리꾼이 캡처한 이미지는 중국판 SNS쯤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바이두의 ‘띠에빠’라는 서비스에 올라온 글이다. 바이두의 띠에빠를 저 한자어로 검색해보면 중국 누리꾼이 퍼나른 문제의 ‘예언 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SNS에 올라온 예언글들 중 한국에 퍼진 시점보다 앞선 것은 찾을 수 없다. 한국에서 저 ‘중국인 예언’의 최초 게시글은 ‘오늘의 유머’ 게시판의 ‘북경유학생’이 올린 7월 25일 오후 1시41분이다. 북경유학생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는 중국판 카카오톡쯤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웨이신을 통해 해당 글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최초 글에는 나중에 글이 퍼지면서 덧붙여진 “CCTV에 보도되었다”는 말이 없었다. 그런데 필자가 중국 SNS에서 확인한 최초 유포 시점은 제일 빠른 것이 7월 25일 오후 3시45분이다. 다시 말해, 맞혔다는 앞의 두 날짜 이전에 이 예언이 나왔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

언더그라운드. 넷

그렇다면 글을 처음 게시했다는 3월 22일은 무엇일까. 캡처된 이미지를 보면 바이두 화면처럼 보이지만, 바이두의 화면 구성과 다르다. 중국 쪽 누리꾼의 논의를 살펴보니 書, 즉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캡처해 바이두 띠에빠의 본문에 사진으로 올린 글이다. 중국 누리꾼의 추리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과거 게시글의 수정도 가능한데, 앞의 두 사건이 난 다음 게시글을 수정해 만들어낸 예언이라는 것이다. 과거 이 코너에서 다룬 ‘대예언가 rain’ 등 이른바 ‘인터넷 예언소동’에서 익숙하게 사용된 수법이다. 필자도 테스트해봤다. 2013년 8월 21일에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수정해 위의 중국 예언을 적어넣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전말’ 치고 너무 시시하지 않냐고? 마술도 비법을 모를 때는 신기하지만 알고 보면 싱거운 법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