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유아 넥스트-공포의 무대로 바뀐 가족모임

(주)영화사 백두대간

제목 유아 넥스트(You‘re Next)

제작연도 2011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95분

장르 공포

감독 애덤 윈가드

출연 샤니 빈슨, A J 보웬, 조 스완버그

개봉 2014년 8월 7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서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모처럼 모였지만 잘나가는 장남과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온 차남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둘처럼 드러내놓고 으르렁거리지는 않지만 다른 형제들도 뭔가 냉랭하긴 마찬가지. 각자 대동한 연인들도 하나같이 공감대라고는 없는 이들로 겉도는 분위기만 가득할 뿐이다. 드디어 축하파티를 겸한 저녁식사가 시작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이 데려온 남자친구의 이마에 석궁이 꽂히면서 집안은 삽시간에 공포의 무대로 바뀌게 된다. 공포영화를 가해자의 유형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초자연적 심령이 등장하는 영화, 여기엔 동양의 고전적인 소복귀신부터 서양의 악마나 마녀가 등장하는 주술과 엑소시즘까지 두루두루 포함시킬 수 있다. 아무래도 환상적인 설정이 많고 종교적인 연계가 빈번한 소재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가상의 괴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할리우드가 과거로부터 특별히 사랑해온 주인공들이 이들이기도 한데, 늑대인간, 흡혈귀, 프랑켄슈타인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친숙한 이름들은 이제 좀비나 죽어도 죽지 않는 초인형 연쇄살인마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평범한 인간이 가해자로 등장하는 작품들. 외형적으로나 물리력으로는 평범한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그들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녔거나, 생계(?)를 위해 살인과 파괴를 실행한다.

공개와 동시에 소소한 판타스틱 영화제와 일부 공포영화 마니아들에게 적극적 지지를 받은 영화 <유아 넥스트>는 세 번째 유형의 작품이다. 마스크를 쓰고 독특한 살해무기를 소지한 가해자들의 형태는 초인적 살인마가 등장하는 전형적 공포영화가 아닌가 짐작하게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액션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여기에 늘 피해자로서 괴롭힘을 당하던 여주인공 또한 범상치 않은 능력의 소유자임이 드러나면서 관계는 역전되고 장르의 관습적 전개는 슬슬 금이 가기 시작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해외의 몇몇 언론과 리뷰들은 <나이트메어>, <스크림>을 연출했던 웨스 크레이븐이나 <이블 데드>를 연출한 샘 레이미를 들먹이며 감독 애덤 윈가드를 공포영화계의 새로운 귀재인 양 치켜세우고 있는데, 꽤나 과장된 극찬인 듯하다. 부분적으로 단편적인 재미들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상당히 느슨한 전개를 이어가고 반전을 꾀한 트릭도 허술해 올곧이 집중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아쉬움의 원인은 이 영화를 가장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즉 전통적 관습을 뒤집어보겠다는 시도 자체의 고지식함에 있다. 관습을 뒤집겠다는 사고 자체가 어느새 또 다른 관습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 과정 속에 천재적 재능이 더해졌다거나 막연한 뒤집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을 찾아볼 수 없는 치기어린 공허함만을 선사한다.

터치스크린

과거부터 공포영화를 즐겼던 관객이라면 등장인물들 중 어머니로 출연한 바바라 크림튼의 얼굴이 무척이나 반가울지 모르겠다. 스튜어드 고든 감독과 함께한 <좀비오>, <사탄의 테러>(Castle Freak) 등이 그녀의 대표작인데, 이제는 장성한 자녀들을 둔 중년의 역할로 오랜만에 영화에 복귀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