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사보타지-형식에 침식당한 빈약한 재미

(주)메인타이틀픽쳐스

제목 사보타지 (Sabotage)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2분

장르 드라마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샘 워싱턴, 미레유 에노스

개봉 2014년 7월 23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마약반 경찰 존 브리처(아놀드 슈왈제네거 분)는 범죄자들에게 납치된 아내가 살해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의 일상은 늘 외롭고 삭막하다. 그는 특수 검거반 ‘팀 브라보’의 리더다. 팀 브라보는 악당들보다 과격하고 악랄하다. 이들은 애틀랜타의 한 조직을 소탕한다. 그 과정에서 거액의 현금을 절도하는 비리를 음모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팀원 하나가 죽는다. 설상가상으로 빼돌렸던 돈마저 행방이 묘연해진다.

이내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사실이 드러난다. 내사 팀의 표적이 된 팀 브라보는 강도 높은 문초를 당한다. 그들은 정직을 당하지만 얼마 후 혐의는 풀리고 다시 현장에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팀원들이 차례로 엽기적 의문사를 당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표면적으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일단 개성 있는 배우들의 조합이 그렇다. <아바타>의 샘 워싱턴, <아이언 맨>의 테렌스 하워드, <식스 센스>의 올리비아 윌리엄스 등 낯익은 배우들이 협연을 펼친다. 특히 <월드 워 Z>에서 브래드 피트의 아내 역으로 차분하고 자애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미레유 에노스는 팀 브라보의 홍일점이자 저격수인 리지 역할을 맡았다. 지독한 팜므 파탈의 이미지에 강렬한 액션까지 펼치는 파격적 연기변신을 시도해 보인다.

영화는 사라진 거액의 현금의 행방과 전문 용병을 단숨에 살해해가는 살인마의 정체 등 굵직한 의문들의 해결을 목표로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이런 괜찮은 조합과 발단을 가지고 어찌 이리도 재미없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발생하는 사건들은 일말의 개연성이나 연속성을 거부한 채 형식적으로 나열되고, 박제된 감정을 부여받은 등장인물은 수동적으로 이를 뒤쫓기에 급급하다.

<트레이닝 데이>, <분노의 질주> 등의 각본작업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넓힌 작가 출신의 연출가 데이비드 에이어는 작품을 만들 때 리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을 제작하면서도 가급적이면 세트촬영을 지양했다. 실제 장소에서 로케이션을 하고, 마약 단속반이 실제 사용하는 무기, 전술 등을 최대한 재현하는 등 영화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공을 들였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물리적 수고 이전에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을 간과했다. 모든 영화에 있어 ‘어떻게 보여주는가’ 이전에 ‘무엇을 보여주는가’가 먼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 말이다.

최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정력적이다. 많은 작품들 속에서 쉴 새 없이 그의 이름을 발견한다. 다시 말하면 그의 이름이 어느 정도 흥행과 재미의 보증수표가 됐던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액션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범죄물과 스릴러 장르까지 욕심내고 있는 영화 <사보타지>는 유감스럽게도 그가 최근 쏟아내고 있는 고만고만한 성과물 목록에 추가될 또 하나의 전형적인 괴작 또는 실패작이다.

터치스크린

하지만 슈왈제너거 본인이나 그의 팬들에겐 실망할 여유 따윈 없을 것 같다. 8월 국내에서도 개봉하는 <익스펜더블 3>를 비롯해 이병헌의 합류로 화제가 된 새로운 터미네이터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좀비 공포물 <매기>와 사실상 그를 스타덤에 올려놨던 <코난>의 속편 <레전드 오브 코난>, 심지어 코미디 연기가 가능함을 증명했던 <트윈스>의 속편 <트리플레츠>까지 차기작 소식이 줄줄이 라인업 되고 있으니 말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