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브라질서 뜬 최고의 별은 로드리게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전문가와 패널들의 의견, 팬 투표를 종합한 결과 로드리게스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한 달간 축구팬들의 새벽을 책임졌던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의 통산 4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어느덧 20회를 맞은 월드컵 역사에서 이번 월드컵은 별들의 각축전으로 기억될 듯하다. 수많은 샛별들이 뜨기도 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맞섰다. 혜성처럼 등장한 콜롬비아의 샛별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가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면,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27), 브라질 네이마르(22·이상 바르셀로나) 등도 자신들의 명성에 맞는 실력을 보여주면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화제를 남겼다.

로드리게스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핫한 스타다. 에이스 등번호인 10번을 다는 로드리게스는 전형적인 10번 스타일이다. 발재간이 뛰어나고, 놀라운 스피드로 무장했다. 안정감 있는 볼 키핑 능력을 갖추고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 능력도 보유했다. 날카로운 돌파 능력과 정확한 프리킥 등 골잡이로서 기량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로드리게스는 화끈한 득점력으로 조국 콜롬비아를 사상 첫 8강으로 이끌었다.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6월 29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로드리게스 몸값 1년 만에 두 배 올라
콜롬비아는 지난 7월 5일 개최국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1-2로 패했으나 로드리게스는 자신이 한 골을 넣으며 자존심을 세웠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그리스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로 이번 대회 첫 골을 신고한 그는 브라질전까지 5경기(6골)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 결과 로드리게스는 게리 리네커(53·잉글랜드) 이후 28년 만에 4강에 오르지 못하고도 대회 득점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골잡이가 아닌 미드필더가 본업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전문가와 패널들의 의견, 팬 투표를 종합한 결과 로드리게스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로드리게스는 콜롬비아에서 ‘새로운 피베’(pibe)로 불린다. 피베는 스페인어로 ‘소년’이란 뜻이다. 1980~90년대 콜롬비아 축구를 대표했던 ‘슈퍼스타’ 카를로스 발데라마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타란 의미다. 로드리게스는 포르투(포르투갈)를 거쳐 2013년 이적료 4500만 유로(약 626억원)에 AS모나코(프랑스)로 이적했다. 당시만 해도 모나코가 헛돈을 썼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알고 보니 현명한 투자였다. 로드리게스의 몸값은 1년 전과 비교해 딱 두 배인 9000만 유로(약 1253억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가 골문을 휘저으며 화제가 됐다면,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29·아작시오)는 문어발 선방쇼로 인기를 모았다. 비록 네덜란드와의 16강전에서 1-2로 패하며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매경기 믿기지 않는 선방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초아는 조별리그 A조에서 카메룬(1-0 승), 브라질(0-0 무), 크로아티아(3-1 승)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만 허용해 이번 대회 최고의 ‘거미손’으로 떠올랐다. 네덜란드전에서 2골을 내줬지만 그 중 1골은 페널티킥이었다. 4경기에서 내준 필드골은 고작 2골뿐이다. 브라질전에서는 상대의 유효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는 등 네이마르를 앞세운 브라질의 파상공격에도 무실점을 마크했다. 수차례 슈퍼세이브를 연출해 축구의 새로운 묘미를 보여줬다.

오초아는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탁월한 순간 판단력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최후방 수비수로서 동료들을 리드하는 모습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골키퍼는 기본적으로 동료들에게 믿음을 주고 슈퍼세이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오초아는 패배한 네덜란드전에서도 경기 최우수선수(MOM·Man of the Match)에 뽑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패한 팀에서 이례적으로 MOM을 선정했다는 것 자체가 오초아의 위력을 나타낸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오초아에 대해 “골을 넣고 싶어도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믿지 못할 능력을 갖췄다”고 격찬했다.

오초아 영입하려는 명문팀 20곳 넘어
오초아는 이번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으로 주가가 폭등했다. 소속팀 아작시오가 강등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명문팀들이 20개 이상이다. 스페인 축구의 거함인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잉글랜드 아스널과 리버풀이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오초아의 월드컵은 네덜란드전에서 끝났지만 그를 영입하려는 빅클럽들의 경쟁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샛별만 빛난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도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줬다. 메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에만 서면 작아지는 징크스를 씻어냈다. 메시는 월드컵 초반 4경기에서 4골·1도움을 기록하면서 4경기 연속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투톱 공격수, 윙포워드, 처진 스트라이커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위치가 어디든, 임무가 무엇이든 장대숲 속에서도 메시는 최고였다. 메시는 8강전과 4강전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상대 수비진을 끌고 다니며 아르헨티나를 결승전에 올리는 데 직·간접적으로 크게 공헌했다. 메시는 28년 만의 우승 트로피는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최우수선수 격인 골든볼을 받아 아쉬움을 달랬다. 메시의 활약상은 이번 대회에 단신 공격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키는 1m69다. 단신이지만 장대 선수들을 제치는 빠르고 현란한 드리블, 틈새를 노리는 정확한 슈팅으로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쳤다. 메시가 몇 해 전 TV광고에 출연해 ”나는 키가 작은 만큼 빠르고 민첩하다“고 말했던 그대로였다.

네덜란드 골잡이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도 명성에 어울리는 활약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로번은 이번 대회 7경기에서 3골·1도움으로 네덜란드의 4강행을 이끌었다. 특히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준우승의 아픔을 남긴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는 등 5-1 대승을 이끌며 호평을 받았다. 대회 도중 ‘할리우드 액션’ 논란을 일으킨 게 옥에 티였으나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충분했다.

독일 골잡이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도 유종의 미를 거둔 별이다. 클로제는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 이어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각각 한 골씩을 추가해 통산 16호골로 브라질의 호나우두(은퇴·15골)가 갖고 있던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새롭게 썼다. 더욱이 클로제는 메시와 달리 독일이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면서 기쁨이 두 배였다.

네이마르는 아쉽게도 눈물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브라질에서 ‘조이아’(jia)로 불리는 그는 춤추는 듯한 발재간과 정교한 슈팅으로 4골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종료 직전 상대 수비수 후안 수니가(나폴리)에게 등을 가격당한 뒤 척추골절로 쓰러졌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독일과의 4강전 1-7 참패와 네덜란드와의 3·4위전 0-3 완패라는 참담한 성적표였다.

<황민국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