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의 눈]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같은 사회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의 <어셔가의 몰락>이나 <검은 고양이> 같은 소설은 그로테스크 소설의 원형으로 꼽히곤 한다. 흔히 추리소설의 창시자나 미국 장르문학의 효시 정도로 그를 평가하곤 하지만 그의 소설을 단지 그런 수식어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르라고도 부르고 추리라고도 부르는 그런 형식의 구분 전, 포의 소설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그가 인간사를 그리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간을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같기도 하고 인간이 아닌 것도 같은 무엇이 계속 소설 속을 유영한다. 유령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살아 있는 사람도 아닌 무엇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다.

그는 미국의 공황시대를 살다간 인물이다. 그의 소설은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자유의 땅 아메리카 대륙에 내려앉아 시동된 이후, 그 자본주의의 룰이 얼마나 인간세상을 금방 파괴하는지에 근거한다. 그로테스크는 그렇게 탄생했다. 인간의 모든 가치가 자본으로 환원되는 거대한 홀 속으로 함몰되어 가던 당시의 세상을 그는 소설에 담았다.

지난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전 세계가 들끓었음에도 이스라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도 아무 말 없었다.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굳이 여기에서 논하지 않더라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이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휴머니티가 거세당한 자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새삼 떠오르게 했다. 팔레스타인은 폭탄을 피할 수 없는 곳이다. 해상은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봉쇄되어 있고 가자지구 내륙은 높은 장벽으로 막혀 있다. 모두 가두어 놓고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죽여 없애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분노는 이제 인간이기를 포기한 포 소설에서나 등장할 만한 무엇들이다. 이번 공격에는 자기의 이익과 논리를 위한 가해자의 피해자들에 대한 분노가 서려 있다. 많이 가진 자들의 탐욕은 모든 논리를 저버린다. 한 장의 사진이 지금의 상황을 분명하게 한다. 사진에는 한가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것을 구경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있다. 안전한 그들에게 이런 상황은 그저 불꽃놀이란 말인가.

포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란 장편소설은 침몰한 한 척의 배에서 살아남은 4명의 선원이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광기에 사로잡히는 내용이다. 그들은 급기야 제비뽑기를 통해 한 사람을 죽여 식량으로 삼기로 하고 실행한다. 인간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소설은 말한다.

죽어서 식량이 된 사람은 누구이고, 그것을 먹은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세계는 침몰하는 자본주의라는 배를 타고 있다. 그럼 우리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셋 중 하나여서 다행인가. 죽어서 남의 식량이 되어야만 하는 사람들인가. 팔레스타인은 단지 제비뽑기를 잘못해서 죽어야만 하는 사람들인가.

백가흠의 눈

지난주 세월호 참사 청문회와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과정을 보면서 느낀 참담함도 다르지 않다. 청문회 도중 유족들을 향한 한 여당 국회의원의 말과 태도를 보면서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의 살아남은 세 선원을 떠올린 것은 필자의 오버인가. 그는 왜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는가. 가해자들이 피해자들보다 더 화내고 분노한다. 대한민국 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모습이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모습이다.

<백가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