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집단주의를 버려야 창조가 산다

창조경제, 미래창조, 국가개조. 현 정부가 내세우는 현란한 말잔치의 일부다. 얼핏 들으면 멋진 말들인데, 우리는 정말 창조경제를 실현해 미래를 창조하고 국가를 개조할 수 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과연 정부가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지, 또한 진정성과 실행역량을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위해 벤처를 지원하거나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정책은 과거에도 수없이 있었고 그동안 엄청난 예산을 사용했지만 결코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다. 표피적인 정책이 아니라, 왜 벤처가 안 되고,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목을 잡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부족한지를 먼저 진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문화는 창의문화의 반대편, 한마디로 안티 창의문화라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를 얘기할 때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하위의 모든 요소들에 문화가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문화는 사람으로 치자면 정신과 같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동시에 모든 것의 결과물이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홉스테드(G. Hofsted)가 전 세계 56개 국가의 문화를 몇 가지 지표로 분석한 결과 가운데 국가별 개인주의·집단주의 성향의 차이가 눈에 띈다. 숫자가 100에 가까울수록 개인주의 성향, 1에 가까울수록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볼 때, 개인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나라는 미국(91)이었고 집단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나라는 과테말라(6)였다. 한국은 아시아 평균인 24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18점을 받아 강한 집단주의 성향을 보였다. 더군다나 한국은 중국(20)이나 일본(46)보다도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다.

2014년 2월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창조경제분야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현상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보급 등과 같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도 있는 반면에 획일적인 교육과 진로,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군대문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소비 광풍 등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들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집단주의 문화가 한국 경제의 발전에 미친 긍정적 영향도 있는 반면에, 또한 그런 문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압력을 받으며 불행을 느끼고, 선진국으로의 발전에도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점이다.

홉스테드의 지표에서 우리는 가장 높은 수준의 창의문화를 확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창의문화를 확립한 사회란 누구든지 자유롭게 남들과 다른 생각을 피력할 수 있고, 또한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다. 그것은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사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바로 한국의 모습이라 하겠다.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남들이 가는 길을 강박적으로 가려고 한다. 이런 문화에서 ‘창조’가 과연 가능하겠는가?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집단주의 문화를 폐기하기 전에는 우리 사회가 결코 창의문화를 갖지 못할 거라는 점이다. 단지 집단의 일부로서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복종하고 희생하는 개인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자아를 확장하려는 욕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개인으로서의 존재가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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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 정부는 창조경제, 미래창조, 국가개조라는 마케팅적 용어를 그저 남발할 뿐이다. 오히려 집단주의적 문화는 과거에 비해 강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우리 사회의 문화와 사람들이 받는 엄청난 압력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또한 진정성도 실행역량도 없어 보인다. 어느 쪽이든 창조경제가 실현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미래가 창조되고 국가가 개조되려면, 안타깝게도 수 년의 ‘거치기간’을 거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