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설계]성인 여드름 해독요법

한의대를 졸업하고 임상을 하면서 우습게 생각한 병 중에 마음대로 안 되는 질환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성인 여드름이다.

처음에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처방을 자신있게 사용했다. 어느 정도 호전되다가 약을 다 먹고 얼마 안 가서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신출내기 한의사가 호기있게 처방했다가 환자로부터 여드름이 그대로라고 부정적인 반응이 오면 자신감이 쪼그라드는 것이 눈으로 보인다. 이런 일을 몇 번 겪다보면 성인 여드름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소개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런데 평소에 알고 지내던 환자가 소개받은 병원에 가서도 지속적으로 치료받지 않으면 금방 다시 악화된다고 투덜댔다. 다른 병원도 임기응변으로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잊어버린 듯 지냈다.

그러다 성인병과 비만을 동시에 해결하는 해독비만요법으로 치료하는 과정에 그렇게 골치 아팠던 성인 여드름이 씻은 듯이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머릿속에 번쩍이는 깨달음이 왔다. 단순히 염증을 잡는 방법으로는 성인 여드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몸속의 독소를 없애고 동시에 독소를 만들어내는 생활을 개선하는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독소는 몸에 불필요한 물질이거나,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것, 또는 몸속에 정체되어 다른 것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등을 말한다.

스트레스로 과잉 분비되는 코티솔이나 남성호르몬 등은 피지를 늘리고 모공을 막는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로물질이 쌓이면 면역 불균형이 생겨 쉽게 염증물질이 나와 화농(곪음) 단계로 접어든다. 동시에 목·어깨가 자주 뭉치고, 얼굴에 열감이 있고, 입이 자주 마르며, 가끔 체기도 있고, 손발이 쉽게 차지기도 하고, 이것과 더불어 피지선에 열독이 미쳐 얼굴로 여드름이 올라온다. 활시위를 계속 당기고 손가락을 놓지 않는 상태가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성인 여드름은 단순히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열독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약 두세 달에 걸쳐 해독으로 하나하나 잡아야 한다. 사춘기 이후에 없어졌던 여드름이 취직 후에 왜 다시 나는지, 야근하고 라면 먹고 잔 날이 많을수록 여드름이 왜 더욱 악화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손철훈 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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