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을 노리는 아마존의 파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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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 3위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태블릿 제조업체이다. 그런 아마존이 최근 파이어폰을 발표했다. 파이어폰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이용해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이어OS’를 탑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오픈소스를 이용해 제조사가 독자적인 OS로 변환하고 자체 스토어와 앱을 탑재한 것을 가리켜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라 부르는데, 아마존이 AOSP를 기반으로 태블릿에 이어 이젠 스마트폰까지 제조한 것이다. 일면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위협을 느낄 법하다.

하지만 아마존 사업모델의 핵심은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깔린 아마존 스토어에 있다. 이쯤 되면 아마존의 진정한 경쟁자가 누구인지 감이 잡힌다. 파이어폰은 갤럭시와 다르다. 탑재된 프로세서의 성능이나 카메라의 기능과 같은 하드웨어 사양이 다른 것보다, 근본적인 제품의 존재 목적이 다르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의 사업모델은 소비자들이 아마존의 기기를 ‘사용’하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사업모델은 ‘기기의 판매’인 데 비해 아마존은 ‘기기의 사용’인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애플과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1조원에 육박한다. 아이폰의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벌어다 준 매출이다. 애플과 구글의 수익은 ‘사용’에서 나온다. 아마존 역시 킨들과 킨들 파이어 등에서 제공되는 아마존 스토어의 ‘사용’에서 수익을 발생시킨다. 그렇다 보니 기기 제조 그 자체는 핵심이 아니다. 반면 전통적인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사업모델 핵심은 제조 그 자체이다. 그래서 매년 삼성전자는 위기다. 계속 새로운 기기를 연구·개발해야만 한다. 갤럭시 S5 이후 갤럭시 S6를 출시해서 히트를 쳐야 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갤럭시 S5를 폐기처분하고 S6를 사야만 삼성전자의 수익은 유지된다.

아마존 파이어폰의 파이어플라이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는 모습 | 아마존

아마존 파이어폰의 파이어플라이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는 모습 | 아마존

아마존은 디바이스의 제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디바이스에 탑재된 앱 스토어와 콘텐츠 비즈니스 기반의 생태계에 집중한다. 스마트기기는 영원하지 않지만 이 생태계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파이어폰의 최대 강점은 아마존의 본체 비즈니스인 쇼핑·커머스와 밀결합되었다는 점이다. 파이어플라이(FireFly)는 아마존판 사물 검색이다. 사물을 카메라로 비추면 해당 이미지를 검색해 어떤 브랜드의 어떤 상품인지 파악한 뒤 아마존 쇼핑몰의 구매 사이트로 연결해준다. 물론 음악과 영화 같은 콘텐츠도 검색을 거쳐 아마존 스토어로 연결시켜준다. 파이어플라이를 통해서 검색 가능한 데이터는 음반·게임·DVD·책 외에도 과자와 음료 등 대부분의 소매상품들까지 포함된다. 심지어 오프라인 가게의 간판을 촬영하면 그 가게에 대한 위치정보와 전화번호 등을 검색해주기도 한다. 파이어폰은 아마존 전용 쇼핑 단말기와 같다. 물론 파이어폰에서는 쉽게 결제가 가능하도록 아마존의 원클릭 결제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그 외에도 파이어폰은 아마존의 책, 영화, 음악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의 1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파이어폰은 단순한 단말기가 아니라 아마존이 가진 서비스들과 밀착된 상품인 것이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아마존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출시된 파이어폰은 상품의 경쟁력이 기기의 제조사양보다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용하는 서비스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 IT산업의 트렌드는 제조와 서비스, 소프트웨어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 밀접하게 결합된 형태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제품 개발을 하는 곳이 시장의 헤게모니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김지현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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