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주온: 끝의 시작-무차별적 저주, 원초적 공포

엔케이컨텐츠, NEW

제목 주온: 끝의 시작

원제 呪怨終わりの始まり

감독 오치아이 마사유키

출연 사사키노조미, 아오야기 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개봉 2014년 7월 16일

끝의 시작이라니. 리부트라도 된다는 말일까. 궁금했다. 링의 사다코와 함께 주온의 가야코는 21세기 초반 이른바 ‘J호러’ 붐의 주역이었다. 너무나 알려진 캐릭터이다 보니 콩트 등에서 패러디도 많이 되었다. ‘주온’ 시리즈의 아버지쯤으로 말할 수 있는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크레딧에서 빠진 이 최신작은 어떤 모습일까.

주온 시리즈를 처음 접한 관객은 이거 뭐지 하는 생각부터 들 것이다. 병렬적으로 나열된 에피소드. 전 에피소드의 조연이 다음 편의 주인공이다. 에피소드의 시간은 헝클어져 있다. 게다가 불가사의하게 과거와 현재의 사건이 뒤죽박죽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재수 없이, 원한을 가진 그들의 혼령에게 엮여 당한다. 에피소드들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20여년 전 사건의 실체는 의처증에 사로잡힌 남편의 끔찍한 살인이다. 남편 사에키는 토시오가 자신의 애가 아니라, 가야코가 스토킹했던 초등학교 교사의 애라는 망상에 시달린다. 그 끝에 커터칼로 자신의 부인에게 끔찍한 고문을 가하다 죽이고, 2층 다락방에 시체를 유기한다. 그리고 자신도 목매달아 자살. 참, 토시오가 기르던 고양이 ‘마’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들의 원한이 깃든 집을 무대로, 그리고 나중에 토시오 모자는 그 집에 엮였던 사람들의 집으로 출장을 가서 작업(?)하기도 한다. 이불 속에서 등장하는 토시오나 가야코 같은 영화의 스틸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자주 회자되는 사진이다.

새로 만들어진 <주온: 끝의 시작>의 형식은 전편들과 같다. 역시 옴니버스다. 이야기의 골격은 같지만 캐릭터들은 재구축된다. 하긴, 극장판 주온 1편(2003)에서 토시오의 생활기록부가 공개되면서 토시오의 나이가 특정된다. 대충 1987년 8월생이었으니, 이제는 꼬마귀신이 아니라 총각귀신으로 불려야 할 판이다. 감독만 바뀐 것이 아니라 토시오네 가족을 맡은 배우가 모두 교체되었다. 제일 아쉬운 것은 그동안 주온 시리즈에 쭉 출연해온 가야코 역의 후지타 가코가 교체된 것이다. 새로 가야코 역을 맡은 샤이소 미사키는 1980년생으로 1972년생인 후지타보다 8살 어린데, 리부트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리라.

주온 시리즈의 ‘공포’가 단지 일본 사회가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가야코와 토시오의 ‘저주’가 무차별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간단히 말해, 이유가 없다. 재수없어서 그 ‘집’과 얽히게 되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뇌의 무의식적인 영역에 가라앉아 쌓여 있는 원초적 공포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급습해오는 ‘공포’에 대항하는 방어수단이 빈약한 것도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클리셰다. 기껏해봐야 이불을 뒤집어쓴다든가, 귀신의 방문을 막기 위해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이는 따위, 여닫이문을 박스테이프로 붙이는 것 등이다.

터치스크린

<주온: 끝의 시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한 고양이 ‘마’의 살해라는 설정이다. 실제 고양이를 키우는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반면 냉장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 설정은 너무나 판타지적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감염> 등 이른바 ‘J호러’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오치아이 마사유키 감독이 택한 길은 다소 안전빵이다.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둔 뒤 배우들을 전면 교체하고 약간의 이야기 살을 붙인 정도다. 조금 아쉽지만,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