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일본축구 무너진 이유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자케로니가 이끈 일본 대표팀은 지코가 이끈 독일 월드컵 일본 대표팀과 공통점이 많다. 2006 독일 월드컵 F조에 속한 일본은 호주와 크로아티아, 브라질을 상대로 각각 1-3, 0-0, 1-4의 기록을 남겼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코트디부아르와 그리스, 콜롬비아를 상대로 각각 1-2, 0-0, 1-4를 기록했다.

체력적·기술력 면에서 모두 열세
자케로니가 이끈 일본 대표팀은 일본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평가전도 최고의 팀들과 치르는 등 본선에 대비하여 철저한 준비를 마쳤다. 평가전 내용과 결과도 좋았다. 4강을 노린다는 큰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막상 본선 뚜껑이 열리자 일본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한계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체력적인 면에서 일본 축구는 세계적인 수준과 한참 거리가 멀었다. 짧고 빠른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부분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지만, 이런 흐름을 90분 내내 유지할 수 있는 체력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3경기에서 후반 초반까지 점유율을 유지하고 경기 흐름을 주도했지만,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후반 19분과 21분 연속골을 허용했고, 콜롬비아전에서도 후반 37분과 45분에 역시 연속골을 허용하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집중력도 역시 저하되는 약점을 노출했다.

브라질 월드컵 일본 대표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가운데)

피지컬 능력 면에서 일본 선수들은 유럽, 아프리카, 남미 선수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체격 조건이 뛰어난 코트디부아르, 그리스, 콜롬비아의 강한 몸싸움과 거친 수비에 일본 선수들은 경기 내내 위축된 모습만 보였다.

또 하나, 대형 공격수가 없다는 일본의 전통적인 약점이 이번에도 두드러졌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점유율이 42-58로 밀렸고 슈팅 숫자에서도 7-19로 밀린 이유 중 하나는 전방 공격수들의 볼키핑 능력이나 마무리 능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카자키, 오쿠보, 혼다, 카가와가 출전한 그리스전에서는 슈팅 숫자가 16개였지만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는 난조를 보였다. 콜롬비아전에서도 슈팅 숫자가 23-13으로 앞섰지만 결과는 1-4 대패로 나타났다.

일본 대표팀은 개인기술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티키타카’를 거쳐 ‘게겐프레싱’과 빠른 역습 축구로 이어지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 중심에는 개인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은 패스를 하는 기술은 좋지만 1대 1 돌파를 하거나, 볼을 키핑하거나, 다시 볼을 뺏어오는 기술은 아직 수준이 높지 못하다.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를 1대 1에서 돌파하지 못하고, 수비수는 개인기 좋은 상대 선수를 혼자 막지 못한다면 결국 경기에서 이길 수가 없게 된다.

전술적인 면에서도 상황에 따른 유연성이 부족했다. 그리스나 콜롬비아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한 공격 전술로 나섰지만, 파워와 체력이 떨어지고 개인 기술면에서도 한계가 있다는 단점만 노출하고 말았다. 전방 압박 타이밍, 역습 타이밍, 수비라인을 내리는 타이밍 등에서도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단기적으로 경기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 적응과 컨디션 조절이다. 각 지역별로 온도가 다르거나 습도가 다른 기후조건, 경기별 이동 등을 감안하면 현지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일본이 보여준 결과와 약점 모두 대한민국 대표팀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시아 축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 경험을 통해 한국 축구와 아시아 축구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