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소녀괴담 - 앞뒤 안 맞는 군더더기 전개

포스터=리틀픽쳐스

제목 소녀괴담

감독 오인천

출연 강하늘, 김소은, 김정태, 한혜린, 박두식

상영시간 9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4년 7월 3일 개봉

영화의 절정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소녀귀신은 갈등을 하고 있다. 복수를 택할 것이냐, 아니면 러브라인을 선택할 것이냐. 한숨이 나온 건 앞뒤가 안 맞아서다. 한밤중, 주인공 인수는 집에 있다가 문자메시지를 보고 학교로 온다. 다른 아이들은 불가사의하게도 학교에 남아 있다가 선생님의 문자메시지를 보고 도서관에 집합한다. 문은 안 열리고, 휘발유 말통에서 휘발유는 소녀귀신이 여러 차례 둔갑하는 동안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아무리 주관적 시각이라도 이건 기술시사 때 걸러냈어야 하는 부분이다.

마스크괴담의 기원은 일본이다. 구치사케 온나(口裂け女), 즉 ‘입 찢어진 여자’ 이야기가 기원이다. 일본쪽 민담 연구자들에 따르면 1979년 일본 기후현에서 처음 유행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한국에 상륙한 것이 대충 2004년 무렵이니 10년쯤 된 이야기다.

원래 마스크괴담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이야기였다. 마스크를 쓴 여자도 비슷한 나이 또래가 아니라 어른이다. 빨간 옷을 입은 어른이 “나 예뻐?”라고 물은 뒤 마스크를 벗고 찢어진 입을 보여주면서 “이래도 예뻐?”라고 묻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다.

그런데 소녀괴담의 마스크 쓴 여자는 교복을 입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과 동년배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포스터에서 책상 위에 올라선 마스크 소녀 위로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린 친구잖아… 그렇지?’ 주제가 나왔다. 왕따다. 왕따당한 소녀의 복수 이야기다.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 구조다. 뻔한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가는 것은 각본과 감독의 능력이다. 바로 얼마 전에도 이 뻔한 주제로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케이스(<한공주>)가 있지 않았는가.

그래서인지 영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는 주인공 남학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하철에서 귀신과 조우하는 남학생. 귀신을 볼 수 있는 이 친구의 능력도 왕따의 대상이다. 서브플롯이다. 남다른 능력이나 취향, 외모를 가진 아이들은 다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귀신은 원한을 갚아달라고 아이가 살고 있는 원룸까지 찾아온다. 동네 놀이터에서 삼촌에게 전화하는 남학생 앞에도 꼬마귀신이 찾아온다. 이 시작 부분의 이야기는 뒷이야기와 관련이 없다. 마무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꼬마귀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 시골로 전학가는 주인공의 눈에 한 소녀가 들어온다.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 여주인공이라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다. 남학생 주위를 맴도는 여학생의 비밀을 감추는 것이 연출의 능력일진대, 너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러닝타임이 30분도 지나지 않아 맥이 풀린다. 게다가 처음에 등장하는 ‘원한녀’의 이야기나 마지막에 주인공이 다시 자신의 고등학교로 가서 교생을 하며 만나는 ‘엔딩귀신’ 이야기까지 유기적으로 배치되지 못하고 나열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거다. 왕따로 마스크를 쓰게 된 여학생의 복수 이야기. 장편영화로 만들긴 이야기가 빈약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덧붙인 걸까. 애초에 마스크괴담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귀신 보는 능력을 가진 삼촌과 남학생의 퇴마 이야기로 뒤집혔다. 게다가 귀신과 러브라인이라니.

터치스크린

삼촌의 퇴마의식조차 한국적이라기보다 1980년대 홍콩 공포물 강시 시리즈의 영환도사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공포영화가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총체적 난국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