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엣지 오브 투모로우-너무 많은 기회는 오히려 독이 된다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외계인과 싸우다 죽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전날 아침이다. 꿈을 꿨나 싶어 부스스 일어났더니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예지몽이라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했는데 결국 죽는다. 눈을 떠보니 또 전날 아침이다. 이게 뭘까?

더그 라이만 감독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미래 전투를 담은 SF영화다. 공보장교인 빌 케이지(톰 크루즈 분) 소령은 전투병으로 참가하라는 명령을 어겨 이등병으로 강등된다. 전투장비를 다루는 법도 모른 채 프랑스 해변의 기습 상륙작전에 투입된다. 하지만 적은 이미 알고 매복해 있었다. 케이지는 전투 끝에 외계인의 피를 덮어쓰고 죽는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전날 아침이다. 알고 보니 케이지가 덮어쓴 외계인 피가 그에게 특별한 능력을 줬다. 자신이 죽을 경우 특정 과거 시점으로 ‘리셋’된다. 시간이 무한반복되는 타임루프다.

전 전투에서 자신이 한 것까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그는 매 전투에서 죽는다. 눈을 뜰 때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방법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앞선 베르됭 전투에서 활약했던 ‘전장의 암캐’ 리타 병장을 만난다. 그녀도 타임루프 능력이 있었다. 반복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적의 위치와 공격방법을 하나씩 알아낸다. 외계인 전체를 통제하는 오메가를 죽여야 이 전쟁은 승리한다. 그런데 오메가도 미래를 거슬러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인간에게 시간이 절대적인 것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면 절대 되돌릴 수 없는 게 시간이다. 그런데 케이지에게는 무한하다. 죽으면 다시 시작된다. 아무리 시간을 펑펑 써도 아쉬울 게 없다. 시간이 무한히 남아돈다면 인간은 어떻게 행동할까? 돈이 무한하다면 경제가 어떻게 될까와 같은 가정이다.

돈을 무한정 풀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 많이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은 더 커진다. 1차대전 직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이 겪었던 초인플레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케이지 소령은 처음엔 죽더라도 다시 시작된다는 것에 고무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수를 열심히 찾는다. 하지만 삶이 무한정 반복되자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일이 잘못 꼬여도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시간의 가치가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경제에서 돈을 푸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공개시장 조작이다. 중앙은행이 팔았던 국·공채를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이면 돈을 푸는 게 된다. 금융기관은 국·공채를 중앙은행에 넘긴 뒤 돈을 받아 이를 시중에 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재할인율 정책이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어음을 매입할 때 할인을 한다. 그런데 시중은행이 기업으로부터 어음을 사들일 때 이미 한 번 할인을 했기 때문에 재할인이라고 부른다. 이때 은행이 적용하는 할인율이 재할인율이다. 쉽게 보면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대출금리로 봐도 무방하다. 재할인율을 낮추면 은행의 조달비용이 낮아져 돈을 시중에 많이 풀게 된다. 끝으로 지급준비율제도가 있다. 지급준비제도란 은행이 예금자로부터 받은 돈의 얼마를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한 제도다. 지급준비율을 낮추면 중앙은행에 적게 예치해도 되기 때문에 시중에 돈을 더 풀 수 있다.

영화 속 경제

돈의 양을 조절하는 이런 방법을 통화정책이라고 한다. 국가는 통화정책을 이용해 시중의 경기를 부양하거나 식힌다. 영화 중반부에 가면 케이지는 죽는 것을 싫어한다. 죽으면 좋았던 일마저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한한 시간은 주어줬으나 시간을 통제할 힘은 그에게 없었다. 너무나 많은 재화와 기회는 사람을 느슨하게 만들고, 결국은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돈처럼 말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