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광화문에서 부산을 도와주세요! 1인시위를 한 까닭은

지방선거가 있던 6월 5일 하루 전날, 인터넷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관심을 모았다.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부산을 믿어요! 손수조.’ 손글씨 패널의 내용이다.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 2012년 총선에서 부산에서 출마해 문재인 후보와 맞섰다가 낙선했다. 그의 ‘5백배 광화문 유세’다. 그런데 저 패널의 내용에서 걸리는 것이 있다. 부산? 정당 혁신을 이야기하는데 서울의 광화문까지 올라와서 할 이유는 도대체 뭘까.

6·4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이 부산을 도와달라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누리꾼이 사진을 보고 한마디씩 던진 이유다. 누리꾼이 이 ‘퍼포먼스’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또 있다. ‘도와주세요!’ 5백배를 진행하는 와중에 손 위원장 곁에는 다른 내용의 팻말을 든 이들이 나타났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오른쪽에는 ‘도와달라고? 다 죽고 난 후 뒤늦게 최선? 양심은 있나요?’라고 쓴 팻말을 든 이가 나타났다. 왼쪽에는 ‘중·고생 엄마’라고 밝힌 이의 ‘오늘은 세월호 49재’라는 팻말도 등장했다. 이 팻말의 내용. ‘세월호 아이들이, 유가족들이 살려달라 울부짖을 때 당신들은 도와주었나요? 도와주세요?? 표 구걸?? 16명의 실종자를 찾아주세요.’ 누리꾼의 평은 전반적으로 냉담한 편이다. “사진을 보면 자기 이름을 크게 써놓았는데, ㅂㄱㅎ 보라고 쇼하는 것 아닌가요.”(mlbpark 볼펜 닉네임 ‘학준신’)

기자도 궁금했다. 다음날 손 위원장과 통화했다. ‘부산을 믿는다’는 피켓을 내건 이유는 뭘까. “진정성 있게 당의 변화를 고민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 당원들로부터 제기되었어요. 그래서 5월 31일부터 뜻을 가진 당원들이 먼저 1인 피켓 시위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는데….” 손 위원장은 피켓시위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좀 더 낮은 자세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산 사상터미널 앞에서 하루에 500배를 했다. 그런데 왜 부산에 이어 서울 광화문에서도 하게 되었을까. “페이스북을 통해서 전국 각 지역에서 청년당원이 하는 소식이 공유되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날 다 한 번 서울에 모여서 해보자는 제안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저는 부산을 대표해서 올라간 것입니다.”

실제 대구에서 올라온 청년의 광화문 시위 사진도 있는 것을 보면 손 위원장의 설명은 사실로 보인다. 물어본 김에 ‘비판’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었다. “5백배를 하고 있으면 주변 소리가 많이 들려요. 욕, 일부러 들으러 나간 겁니다. 그런 것이라도 들어야 우리가 확실하게 뉘우치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쪽 입장에서 새누리당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도 이제 남 탓은 그만하자는 것입니다.”

언더그라운드. 넷

손 위원장의 말을 듣다보니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한 20년 전쯤 차량 뒤에 유행처럼 붙였던 ‘내 탓이오’라는 스티커다. 뒤에서 운전하는 사람에겐 앞 차 차량 운전자가 ‘내 탓’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는 당신 탓’을 강변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남 탓을 그만하자는 손 위원장의 말이 뭔가 찝찝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