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SNS예절’ 무시(?) 대학 후배, 자퇴하지 않았다”

“결국 14학번 학생이 자퇴하는 걸로 끝났대요.” 5월 15일, 한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 4월 30일쯤 인터넷에 올라온 경기도 안성의 D공대 항공서비스학과 선후배 사이에서 페이스북에 오간 대화의 캡처 글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슈가 된 것은 13학번 선배가 14학번 후배에게 한 ‘경고’였다. “SNS예절 몰라요? 새벽에 누가 선배 게시물에 좋아요 눌러요. 앞으로 주의하세요~.” 후배는 바로 깍듯이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화난 선배의 ‘분’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는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대답을 할 때는 그렇게 생각 없이 답하는 게 아니라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선배님, 이 한마디 들으려고 쓴 글이 아닌데.”

지난 5월초부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모 대학 항공서비스학과 선배와 후배의 대화 글. | 페이스북

이 선배의 ‘답글’에는 7개의 ‘좋아요’가 눌러져 있다. 그런데 이 후배의 친동생이 “왜 사과해야 할 일이냐”고 항변하면서 논란이 확대되었다. “동생은 고등학생이니 뭐라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는 후배의 글에 다른 선배가 “너 나에게 명령하니?”라고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선배로 보이는 이는 “대박~”이라는 추임새를 넣었다.

사건의 결론은? 이 학교 학과는 유명세를 치렀다. “새벽에는 페이스북 셧 다운제를 실시하는 예의범절이 있는 학교.” 비아냥이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자퇴설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5월 8일, 이 학과 학과장의 사과글이 학과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하지만 논란은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누리꾼은 학과장이 대신 사과할 일이 아니라 가해자들, 구체적으로 선배들이 직접 사과를 해서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왜 그런 소문이 퍼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선배 세 명하고 후배 한 명의 대화였고, 그 중 누구도 자퇴하거나 휴학한 사람은 없어요. 재학증명서를 떼서 보내드리면 믿겠습니까.” 15일, 기자와 통화한 이 학과 조영신 학과장의 말이다.

하지만 선후배를 막론하고 실명이 공개된 학생들에게 남은 후유증은 심각한 상태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처음 글이 캡처된 학생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연예인들이 악플로 자살한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심경을 알겠더라고요.” 이른바 ‘신상털기’로 휴대폰 번호도 다 공개돼 욕설전화, 문자가 쏟아져 길거리를 다닐 때도 얼굴을 못 들겠다고 호소하더라는 것이다. 학과장에 따르면 부모님까지 만난 자리에서 사과하고 끝난 일이다. 그런데 누리꾼의 비난이 계속 쏟아지면서 양쪽 당사자들 모두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다.

언더그라운드. 넷

조 교수는 “사건 후 친구를 통해 들었다는 전언 형식의 학과 상황과 관련한 이야기는 90% 이상이 사실무근”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안이 이슈가 된 것은 대학생들 사이의 이른바 ‘군기문화’에 대한 비판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그냥 SNS 상에서 선후배 사이에 오간 말이었고, 별탈 없이 끝난 일이 뒤늦게 논란이 된 것”이라는 것이 학과장의 설명이다. 당사자들이 힘들다고 하니, 더 이상 논란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