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어벤져스 - 슈퍼영웅이 많다고 더 세지진 않는다

“어벤져스. 우리 호칭이야. 일종의 팀이지. 지구를 지키는 슈퍼영웅들. 손발이 안맞아서 좀 삐걱거렸지.”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지구의 왕이 되기를 원하는 리키에게 말한다. 조스 웨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어벤져스’는 미국의 만화잡지 마블코믹스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한데 모았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부터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헐크(마크 러팔로) 그리고 쉴드의 요원인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다.

마블코믹스는 개별 캐릭터를 영화화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익숙하게 한 뒤 이들을 팀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놨다. ‘에벤져스2’는 최근 서울 마포와 상암동 일대에서 촬영돼 큰 화제가 됐다. 어벤져스는 국내에서 700만명이 봤다. 한국인들의 유별난 어벤져스 사랑에 마블코믹스가 화답한 셈이다.

시놉시스는 이렇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큐브는 지구와 다른 외계를 잇는 문(포털)을 만든다. 이곳을 통해 지구를 정복하려는 외계 군대가 쏟아져 온다. 외계 군대와 손을 잡은 이는 토르의 동생 로키다. 신의 세계 아스가르드에서 추방당한 로키는 지구 정복을 꿈꾼다. 국제평화유지기구 쉴드는 6명의 초능력 히어로들을 모아 외계 군대에 대항한다.

쉴드의 퓨리 국장은 왜 어벤져스팀에 이들 6명만 생각했을까.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다른 슈퍼영웅들도 있다. 이들까지 팀에 합류했더라면 어벤져스는 더 강해졌을 것이다. 팀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지 않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조직 속에 속한 개인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성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링겔만 효과’다. 1913년 독일 심리학자인 링겔만은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한 명이 당겼을 때 힘은 약 63㎏ 정도였다. 그런데 3명이 함께 줄을 당겼을 때 한 사람이 쓴 힘은 53㎏이었다. 한 명이 당겼을 때의 84%였다. 8명일 때에는 1인당 31㎏만 썼다. 혼자서 당겼을 때의 49%다. 조직에서 개인의 수가 늘어나자 그 익명성에 숨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생겨난 것이다. ‘1+1’이 ‘2’가 아닌 ‘1.5’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패트릭 라플린은 실험자를 2명, 3명, 4명, 5명 등으로 구성한 다음 어려운 문제를 냈다. 그랬더니 5명으로 이뤄진 학생들이 찾은 답의 속도는 3명, 4명으로 구성된 팀과 별 차이가 없었다. 조셉 렌줄리도 1명, 3명, 6명, 12명으로 만들어진 그룹에 창의적 발상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더니 3명과 6명 그룹에서 차이가 없었다. 일정 숫자를 넘으면 무임승차자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정식이 지은 <착각하는 CEO>에 나오는 이야기다.

집단지성이 중시되는 사회지만 단순히 사람 숫자만 많다고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업무영역과 주어진 책임이 명확하고, 팀내 소통이 자유로우며, 동기부여가 뚜렷할 때 집단지성도 힘을 발휘한다. 퓨리 국장은 슈퍼영웅 6명 정도가 팀을 구성하기에 딱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각기 갖고 있는 능력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체 팀 인솔은 캡틴 아메리카, 공중전은 아이언맨, 파괴력은 헐크, 첩보 수집은 블랙 위도우, 강한 에너지 파워는 토르, 기습 작전은 호크아이가 제격이다. 워낙 강한 개성을 가진 영웅들이다 보니 역할이 모호해지면 팀내 분란만 많아질 수 있다. 퓨리 국장이 어벤져스 작전에 대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팀으로서 힘을 합쳐 혼자선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핵무기보다) 위험한 작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 속 경제

메시와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두 등을 한데 모았다고 그 팀이 천하무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골을 넣겠다고 덤벼들면 불화가 생기고 팀을 망칠 수도 있다. ‘링겔만 효과’는 팀의 역량을 높이는 데 ‘몇 명’인가보다 ‘누구를’과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