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청해진해운 실소유주는 ‘오대양사건’ 구원파 유병언 일가?

청해진해운 전 직원 “유씨가 수입한 선박 개조작업 지휘… 세월호 개조 때도 관여했을 가능성” 주장

어쩌면 이것은 또 다른 긴 스캔들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취재하던 4월 17일 기자는 한 통의 제보전화를 받았다. 첫 마디는 이것이었다. “굴업도 사건 기억하세요?” 굴업도에 CJ가 오션파크 관광단지를 추진하다 굴업도 주민 및 환경단체들과 갈등을 빚은 사건이다. 제보자는 당시 이 사건의 한복판에 있던 환경문화계 인사다. “그때 저희와 보조를 같이했던 단체로 한국녹색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름은 한국녹색회인데 종교 관련 단체인 것으로 압니다. TV로 세월호 사건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 그 단체 멤버들이 청해진해운 회사 관계자로 그대로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사과한 김한식 대표 실제 오너 아냐”
청해진해운이라는 회사의 실체가 뭔가 이상하다는 제보였다.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자는 사건이 나던 4월 16일, 이 회사가 한강수상관광콜택시의 운영사라는 것을 파악하고 취재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하루 이용실적이 4명인데도 불구하고 한강수상콜택시가 계속 운영되는 이유가 뭐냐”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청해진해운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12월 29일 한강수상관광콜택시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4월 17일, 기자는 한강수상관광콜택시를 운영하는 서울 여의도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여성은 “여기는 콜센터일 뿐이다”라고만 답했다. 회사와의 관계, 콜센터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 여성은 대답을 얼버무렸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가 17일 인천 중구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 연합뉴스

4월 17일 저녁, “세월호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 회사의 김한식 대표가 사과하며 오열했다. 한때 잠적해 오리무중이었던 김 대표가 울음을 터뜨리자 여론은 “선장이 잘못이지, 대표가 무슨 잘못이냐”는 쪽과 “운항 전반을 마땅히 책임져야 할 입장이다”로 나뉘었다. 그런데 김한식 대표는 이 회사의 실질적인 ‘오너’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주식회사 청해진해운은 지난 1999년 2월 부산에서 설립됐다. 지난 2007년까지 이 회사의 대표는 안명수씨였다. 그러다 김한식, 안명수 공동대표의 과도기를 거쳐 현재는 김한식씨가 단독으로 대표를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금감원에 등록되어 있는 감사보고서를 보면 초기 대주주 명단에 김한식 대표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는다. 안명수씨가 주식의 8.24%를 갖고 있었고, 이모, 문모, 김모, 박모씨 등이 4.41%씩 갖고 있는 회사였다.

그런데 현재의 지배구조는 다르다. 안명수씨는 완전히 빠지고 대주주는 39.4%를 소유한 주식회사 ㈜천해지다. 김 대표의 지분은 11.6%다. 경남 고성에 소재한 이 기업은 컨테이너선 등의 블록 생산을 주로 하고 있는 업체다.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는 ㈜아이원아이홀딩스(7.1%)다. 그런데 다시 ㈜천해지의 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최대 주주(42.81%)다. 말하자면 청해진해운, 천해지 등의 지주회사가 아이원아이홀딩스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요 주주는 유혁기씨(19.44%), 유대균씨(19.44%), 김혜경씨(6.29%)다. 이들 세 사람은 기독교 내에서 이단으로 지목받은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유병언씨와 특수관계인이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두 유씨는 유병언씨의 아들들이다. 유씨는 또한 지난 1980년대 전두환 일가와 특수관계를 형성했던 주식회사 세모의 대표이사였다. 유씨는 지난 1987년 종말론을 내세우며 집단자살로 끝맺은 오대양 사건의 배후 인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유씨 아들 등 특수관계인이 지주사 대주주
청해진해운은 부산에서 시작한 회사지만 현재 본사는 제주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오랫동안 부산을 연고로 하는 회사였지만, 지역사회의 관련 업계에서 초대 대표였던 안명수씨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지난 2006년 연안해운업 관련 매체 인터뷰에서 안씨는 자신을 “20년 유통업에 종사하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의문은 청해진해운의 전 임원이자 구원파의 멤버였던 이로부터 제보를 받으면서 풀렸다. 김한식씨와 안명수씨 모두 월급쟁이 사장이며, 실질적 오너는 유씨 일가라는 것이다. 김한식 대표의 경력은 확실치 않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지사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이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국내의 모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엇갈리고 있다. 안 전 사장은 해당 종파가 소유하던 강남의 모 슈퍼마켓 사장이었다. 초기 이사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제보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모씨는 학교 국어교사다. 김모와 박모씨는 의사다. “말하자면, 그냥 일반인들입니다. 구원파 신도들이에요.” 유씨 일가의 들러리였다는 주장이다. 이 전 관계자는 종단 소유의 재산이 전국과 해외에 은닉되어 있으며, 그 구체적 내역을 소상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문제 연구가인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이단 논란을 빚은 다른 종단과 달리 종교와 사업관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구원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생성한 재산은 신도들이 전국 각지에서 집단생활하며 마련한 돈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이들의 행태에 비춰보면 해운사 멤버의 상당수가 신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청해진해운에서 근무했던 ‘제보자’도 “실제 전부는 아니지만 세월호 탑승 승무원을 포함해 TV에 나온 사람들 다수가 구원파 신도들”이라며 구체적인 이름들을 거명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가 세운 대책위에서 부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과거 세모 한강유람선 시절에 과장으로 근무했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이번 여객선 침몰사고와 구원파 논란이 무슨 관계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제보자들과 탁지일 교수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짚어봐야 되는 이유가 제보자들의 언급에서 나온다. 전 구원파 신도였던 제보자는 일본에서 수명 연한이 다한 낡은 배를 사와 개조를 할 때 유병언씨가 개조작업을 지휘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세월호 전복 원인의 핵심 요인으로 거론되는 사항에 이 회사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의 지시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주간경향>은 확보된 진술을 바탕으로 청해진해운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대답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질문들”이라는 말뿐이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반론보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주간경향은 지난 4월 23일 [표지이야기] <청해진해운 실소유주는 ‘오대양사건’ 구원파 유병언일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탁지일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이들이 생성한 재산은 신도들이 전국 각지에서 집단생활하며 마련한 돈이라는 것이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신도들이 집단생활을 하며 유 전 회장의 재산을 마련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 왔으며, 또한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므로 실소유주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