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라고 하니 아직 긴장해야겠네요.” 사진을 소개한 한 지인의 평이다. 오래된 사진이다. 1960~70년대쯤으로 보인다. 길거리에 걸린 현수막.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전남 나주군’이 4월 11일부터 30일까지 진행했던 캠페인이다. 캠페인의 제목은 ‘부녀자 가출방지 기간’. 여러 의문이 떠오른다. ‘부녀자 가출’은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을까. 왜 하필이면 4월일까. 여성 가출과 4월이라는 시기가 특별한 상관관계라도 있는 걸까.
나주시청에 문의해 봤다. “아, 그 사진이오? 예전에 본 것인데….” 꽤 알려진 사진인 듯하다. “60년대 말 나주군청 앞거리입니다. 당시엔 극장도 있었고 번화가였습니다.” 윤지향 학예사의 말이다. 하지만 ‘가출을 어떻게 방지할까’라는 부분은 여전히 미스터리. “남편들에게 감시하라는 말인지…. 저도 캠페인 내용을 아실 만한 분이 계신지 문의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4월 중순,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부녀자 가출방지 기간’ 현수막 사진. 네이버 band
이번엔 4월과 여성 가출의 상관관계다. 지난해의 경우 18세 이상 성인의 전체 실종신고 건수는 5만7000여건. 그 중 여성은 2만9800명이었다. 절반이 조금 넘는다. 성별 특징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월별이나 계절별 특징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작년의 경우 전체 가출자 중에서 4월이 제일 적었네요.”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김재현 경감의 말이다. 작년의 경우 7~8월 가출자가 많긴 했는데 딱히 여름이어서 가출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2012년엔 2월이 제일 많았으니.
왜 나주시였을까. ‘부녀자 가출방지’라는 키워드로 예전 신문을 검색해 보면 특히 1968년도에 보건사회부가 전국적으로 이 사업을 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해 6월 13일자 동아일보에 상당히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고 있다. 서울시청사에 비치된 가출 부녀자 명단에서 무작위로 250명을 추출해 통계를 냈다. 출신지를 보면 전남도가 23%로 충남(11%)을 제치고 제일 많았다. 당시 이 연구를 진행한 교수는 지역별 차이가 “대도시에 인접한 입지조건의 영향이 크다”고 결론을 냈지만, 애초 연구대상이 ‘서울로 상경한 케이스’이므로 잘못된 진단으로 보인다. 전남도가 충남도보다 더 서울에 가까운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지역 편중적 산업화 정책이 보다 구조적인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매스컴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주민 교육을 군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찰하고 연계해서 터미널 같은 데서 단속을 해서 상경하지 못하게 하든지….” 1994년도에 나주시에서 퇴임한 박상우씨(82)의 회상이다. “시골에서 먹고 살 게 없기 때문에 서울로 많이 올라간 건 남자도 마찬가지였어요. 올라간다고 딱히 좋은 직업을 얻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성들은 주로 가정부나 공장 같은데 취직하는데, 그거라도 얻는다면 좋은 거였죠.” 왜 1960년대 말 4월에 전라남도 나주의 번화가에 ‘부녀자 가출방지’ 캠페인 현수막이 내걸렸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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