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논란]논란 부르는 자하 하디드 작품들

국내뿐 아니라 중국·일본에 만든 건축물 평가도 ‘시끌’

“자하의 책임이 아닌 것을 자하에게 지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의 말이다. 자하 하디드는 독특한 위상을 가진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다. ‘서구에서 성공한 이라크 출신의 여성 건축가’라는 점도 특이하다.

지난 3월 초 한 일간지와 인터뷰 도중 기자가 동대문이라는 역사성을 충분히 소화했느냐는 질문을 하자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김윤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홍보팀장은 “그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날 자하의 몸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한꺼번에 4개의 미팅 일정을 소화해야 했는데, 이미 하나를 취소한 상태였다. 실제 만난 느낌은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을 힘들어하는 내성적인 분인 것 같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장을 앞두고 내한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3월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논란이 되었던 서울시 신청사나 DDP 모두 비정형 건축이라는 점도 논란과 ‘오해’를 부추긴 요인으로 보인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는 “결국 문제는 익숙하지 않고 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점인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변과 괴리되어 있는 자기 완결적인 디자인이다”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자하 하디드는 월간 디자인 4월호에 실려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담에서 “우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년간 이곳의 문화를 연구해 왔다”며 “초기 기획단계부터 지금까지 줄곧 광장과 공원과 건축을 통합하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말했다.

“설계 때 동대문역사 존중했나”
하지만 서정일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공학박사)의 생각은 다르다. “초창기 자하 하디드가 내놓은 안을 보면 한양성곽을 해자가 두르고 있는 것으로 해놓았다. 성곽이 물에 떠 있는 것처럼 그려놓았는데, 조선시대 성곽에 대한 조금의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해놓았을 수가 없다. 적어도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놓은 안은 아니었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건 에펠탑 이야기였다. 에펠탑이 처음 지어질 당시 파리의 문인들 중에는 이 낯선 건축물을 증오한 사람들이 많았다. 작가 모파상이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식사하려면 에펠탑에서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송하엽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가 지은 책 <랜드마크; 도시를 경쟁하다>를 보면 오늘날 랜드마크로 알려진 많은 장소를 둘러싼 격론이 기록되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피라미드나 런던 사우스뱅크의 대관람차 ‘런던아이’도 수많은 조롱과 패러디의 대상이었다. 그러니까, DDP에 쏟아지는 비난도 결국은 초창기 새로운 혁신적 건축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송 교수는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DDP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도 운영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보안요원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는 것을 봉쇄하고 있다. 밖에서 보면 내부의 활동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광활하게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재고해봐야 한다.”

자하 하디드 건축과 관련한 논란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서정일 교수는 “중국 베이징의 사하번 지구에 갤럭시 소호라는 건물을 지었는데, 베이징 역사문화 보존단체에서 맹비난하는 항의서한을 자하 하디드가 소속된 영국 건축가협회에 보낸 바 있다”며 “일본의 경우 원로 건축가 후미히코 미키를 중심으로 자하가 디자인 한 2020년 도쿄올림픽 돔 건설에 반대하는 집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y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