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우아한 거짓말 - 절친 인증으로 상품 교환하는 ‘스와프’

“나쁜 년. 잘가라 이년아.”
현숙이 딸을 한 줌의 재로 보낸 뒤 오열한다. 어느 날 사랑하는 막내딸이 자살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른다. 남편과는 9년 전 사별했다. 세상에 남겨진 가족은 자신과 첫째딸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2012년 기준 자살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28.1명이다. 20년 만에 3배 이상 많아졌다. 2012년 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한국의 자살률은 29.1명이다. OECD 평균(12.5명)의 2.3배에 달한다. 외환위기(IMF) 직후 자살률이 폭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환위기의 짙은 그늘이다.

자살의 주된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우아한 거짓말>은 왕따를 당하는 10대 청소년의 자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왕따의 이면에는 넉넉하지 않은 경제적 환경이 자리한다.

엄마 현숙(김희애 분)과 언니 만지(고아성 분), 둘째 천지(김향기 분)가 알콩달콩 산다. 만지는 까칠하지만 ‘쿨’한 성격이다. 천지는 착하고 살갑다. 어느 날 천지가 스스로의 삶을 마감한다. 유서는 없다. 언니 만지는 동생 천지의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서서히 천지의 죽음에 친구들이 관여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천지는 ‘은따’(은근한 왕따)였다. 중국집 딸 화연의 책임일까, 만지 단짝의 동생 미라 책임일까. 천지는 다섯 개의 붉은 실 꾸러미를 남겼다. 엄마 현숙과 언니 만지, 친구 화연과 미라에게다. 남은 한 개의 털실은 누구에게 남긴 것일까.

[영화 속 경제]우아한 거짓말 - 절친 인증으로 상품 교환하는 ‘스와프’

천지는 왕따로 힘들어했다. 착한 말을 ‘베이스’에 깔고, 험담에 ‘포인트’를 두는 친구들의 말은 비수가 돼 천지에게 돌아왔다. 천지와 화연은 겉보기에는 ‘절친’이다. 화연은 ‘절친 인증’으로 천지에게 MP3플레이어를 요구한다. 화연은 대신 디지털카메라를 주기로 한다. 맞교환 방식이다. 경제금융에도 맞교환이 있다. 스와프다. 스와프(Swap) 거래란 미래의 특정한 날짜에 어떤 상품을 상대방 상품과 일정 비율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교환이라는 뜻으로 ‘체인지 오버’(change ov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품 가치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현재에 고정시켜 놓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다. 환율이나 상품 가격이 너무 출렁이면 정상적인 금융 활동이나 상품 거래를 하기 힘들다.

교환 대상이 상품이라면 상품스와프다. 쌀, 밀, 옥수수 등 곡물과 원유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 자산을 교환한다면 금융스와프다. 외환, 채권 등으로 외환스와프, 통화스와프 등으로 부른다. 파생상품들이다.

국가 간에도 자국의 통화를 교환환다. 국가 간 맺은 통화스와프협정도 ‘통화스와프’라 부른다. 해외에서 자금을 구하기 힘든 위기 때 자금을 쉽게 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은 3월 6일 인도네시아와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115조 루피아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으로부터 10조7000억원을 필요할 때 가져다 쓸 수 있게 됐다. 양국은 통화스와프를 무역결제 용도로 쓴다. 지금까지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수출을 하면 인도네시아 바이어는 루피아화를 달러로 환전한 뒤 달러를 한국에 줬다.

영화 속 경제

한국 수출업자는 달러를 받은 뒤 다시 원화로 바꿨다. 그만큼의 환전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앞으로는 ‘루피아화→원화’로 직접 주고받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무역업체는 외환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달러 변동에 따른 위험도 낮출 수 있다. 2014년 3월 현재 한국은 호주,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 등과 약 129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국가 간 통화스와프는 언제든 타국의 중앙은행에서 협정기간 중 꺼내 쓸 수 있는 외환이라는 점에서 ‘제2의 외환보유액’ ‘외환 마이너스통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