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SBS 스페셜을 봐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한 장의 사진이 돌았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남자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하소연하는 사진이다.
하소연의 내용은 이렇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주세요.” 사진은 실제 공중파에서 방영된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캡처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는 그 후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했다.
3월 16일, 문제의 SBS 스페셜이 방영된 후에 다시 캡처된 주인공의 사진이 돌았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엔 ‘지금 SBS에 나오는 전설의 레전드 그 분’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인터넷의 전설이 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주세요” 사진. 김형욱씨가 6년 전 모 공중파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상의 캡처다. | MBC
어쨌든 궁금하다. 새로 올라온 사진을 본 누리꾼은 “다이어트에는 여전히 실패한 모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폭식 증세를 호소하는 사진 속 우리의 주인공께서는 이번에는 몸안의 독성물질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어쨌든 여러모로 궁금한 것이 많다. 과거 31살이었던 “현기증…” 시절 그의 직업은 택시기사였다. 김형욱씨(37)의 현재 직업은 보안업체 직원이다.
“아 그게 동생이 보안팀장이에요. 그 밑으로 들어가 일하게 되었습니다. 야간에 이틀 일하고 하루 쉬고 하는 것인데 저에게는 딱 맞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일하면 규칙적인 식사가 어렵지 않나. “맞아요.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
그는 과거 다른 공중파 방송에서 시도한 다이어트 방법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때 한 달 보름 만에 20㎏을 뺐으니 실패한 것은 아니에요. 운동을 같이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전문가가 도움을 줄 때와 혼자 할 때는 다르더군요.”
이번에 SBS 스페셜에서 시도한 현미채식 역시 성공적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이번에 찍으면서 많이 느꼈어요. 채식으로만 해서 9㎏을 빼서 130㎏대 초반이에요. 이전에 먹고 빠지고 하다 보니 배가 자주 아팠는데 현미채식을 하니 배 아픈 것도 덜 하고.”
궁금했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의 창시자로서 인터넷의 필수 아이콘이 된 소감이. “인터넷 유행어가 된 것을 몰랐습니다. 이렇게까지 떠도는지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친구가 이거 너 아니냐 해서 보고 난 다음에.”
그리고 그는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공개했다. “사실 그게 원래 대본에 없던 말이거든요. 어차피 방송에 나갈 거라면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에서 일종의 애드립을 친 것이었습니다.”
논란이 되었던 이른바 ‘덴마크식 다이어트’ 등도 다 그가 ‘재미있으라고’ 만들어낸 말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방송 이후에도 채소 반찬을 보고 “거기에 뛰어노는 동물이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댓글을 보면 욕하는 사람도 있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래도 일단 볼 것이 있어야 관심을 갖고 볼 거 아니에요. 저를 비난하는 사람도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립니다.” 전설의 그 분, 확인해보니 대인배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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