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한국형 수사물의 업그레이드

김은희 작가가 한국 장르 드라마에 세운 공은 <수사반장>에 맞먹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무대로 한 수사드라마 <싸인>(2011)은 「CSI」「NCIS」「멘탈리스트」 같은 미국 수사물을 부러워하던 국내 드라마 팬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사이버 수사대원들의 활약을 그린 <유령>(2012)에서는 사이버 범죄의 익명성과 파급력에 주목하며 한국형 수사물의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는 그간 김은숙 작가의 성취가 하나로 응축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쓰리데이즈>는 전용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대통령(손현주)이 총격사건과 함께 실종된 후 이를 추적하는 경호원(박유천)의 긴박한 활약을 그린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구조의 드라마는 대부분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대통령이 불순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이를 막으려는 경호원의 고군분투다.

SBS <쓰리데이즈> | SBS 제공

고군분투는 주로 불순한 세력의 핵심인 범인이 누군지에 집중된다. 드라마 초반에는 범인이 불특정 다수처럼 그려진다. 그러다 몇 무리로 추려지고, 나중엔 둘로 압축된다. 그 후에는 A냐 B냐, 시청자와 추리 ‘밀당’을 하다 막판에야 범인을 밝히고 응징하며 마무리된다.

<쓰리데이즈>는 예정된 서사를 뒤엎었다. 대통령에게 총구를 겨눈 인물이 청와대 경호실장(장현성)이라는 사실은 시작하자마자 밝혀졌다.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암살 시도를 미리 알고 있었고, 그 뒤에는 거대 자본의 큰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로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다. 이쯤 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안 볼 수 없게 된다.

이 드라마의 자산은 3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이다. 사건의 서막, 결전, 심판 등 3개 부문으로 나누고 각각 3일의 시간씩 총 9일간의 기록으로 그린다. 제한된 시간 안에 대통령을 암살로부터 지켜내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긴박감 넘치게 그려낸다.

SBS <쓰리데이즈> | SBS 제공

플래시백(회상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오간다. 시간을 오가며 사건의 열쇠에 대한 단서가 던져진다. 작가는 퍼즐 조각을 TV 화면에 뿌려놓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하나씩 맞추게 하는 방식이다. 이야기는 선명한 색감의 화면과 시간을 넘나드는 교차 편집으로 생동감을 더한다.

‘수사 드라마’에 걸맞은 규모도 자부심을 높인다. 추격이 주를 이루는 드라마이다 보니 자동차 추격신, 총격신, 격투 장면이 빠질 수 없다.

경호원 박유천과 순경 박하선이 거대 기업의 로고가 박힌 트럭을 전복시키는 장면, 기차에서 박유천이 다른 경호관들과 1대 10으로 격투를 벌이는 신, 그리고 경호실장이 젊은 시절 무장공비들에게 맞서 싸우는 장면이 대표적인 볼거리였다.

박유천이 운전하는 소형 승용차가 추격 끝에 대형 트럭을 전복시키는 신은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물론 옥에 티가 없는 건 아니다. 파출소 순경이 과도할 정도로 뛰어난 추리력과 정보 접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밟힌다. 졸고 있는 경호원에게까지 따뜻하게 배려하는 인간적인 대통령은 부럽다 못해 비현실적으로 비쳐진다.

막대한 촬영비를 들였다고 홍보한 장면이 되레 실망감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대체 돈을 어디다 쓴 건지 믿기 힘든 조악한 부분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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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김은희 작가가 <쓰리데이즈>로 한국 수사물 수준을 더 높였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