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표로 만나는 ‘제2의 뽀통령’ 라바

벌레, 하수구, 고물, 쓰레기, 똥…. 징그럽고 더럽고 역겹다고 눈살 찌푸릴 일이 아니다. 동심의 눈으로 보면 깜찍하고 사랑스럽고 재미 만점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라바’가 그것을 말한다.

‘라바’는 나비가 되기 전의 애벌레인 ‘옐로우’와 ‘레드’가 주인공이다. 도시의 하수에 살면서 인간이 빠뜨린 사소한 물건이나 먹다 남긴 음식물 등을 놓고 다투기도 하고 즐거워하는 이들의 일상이 줄거리다.

2011년 12월 KBS2에서 첫 방영된 ‘라바’는 2년 남짓 만에 세계 97개국에서 방영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청마의 해 첫 우표이자 한국의 캐릭터 시리즈 우표 마지막 묶음의 주인공으로 라바가 선정됐다.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이 시리즈 첫 번째 묶음의 주인공 ‘뽀통령’의 자리를 넘본다고 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11년 ‘뽀로로’를 시작으로 2012년 ‘뿌까’, 2013년 ‘로보카 폴리’에 이어 지난 2월 28일 이 ‘제2의 뽀통령’ 라바를 캐릭터 우표로 발행했다.

지난 2월 28일 발행된 한국의 캐릭터 시리즈 우표 네 번째 시리즈. | 우정사업본부 제공

라바의 인기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 개그에 있다. 짧은 시간(편당 시즌1은 1분 30초, 시즌2는 2분 30초) 동안 대사 없이 전개되는 슬립스틱 코미디(과장된 동작으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라는 게 특징이다.

주인공 애벌레들은 미국 뉴욕 52번가에 살고 슬립스틱 코미디의 원조 격인 ‘톰과 제리’처럼 서로를 골탕 먹이는 등 ‘글로벌한’ 배경과 정서를 갖고 있지만 맹주공 감독의 말처럼 “정(情)을 강조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 차별되는 점이다.

레드와 옐로우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서로를 골탕 먹이고 약 올리기도 하지만 상대가 곤경에 처하면 구하러 가고, 밤에는 성냥갑 위에서 잠도 같이 자는 사이다.

스티커로 발행되는 전지에는 식탐 많고 바보스럽지만 만능 재주꾼인 옐로우와 성격 급하고 과격하지만 야무진 욕심꾸러기 레드, 그리고 그 친구들이 10장의 우표에 소개돼 있다.

예쁘고 깜찍한 얼굴에 무서운 힘을 숨기고 있는 핑크,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똥을 모으는 사차원 쇠똥구리 브라운, 엄청난 힘과 주먹을 가진 괴력의 장수풍뎅이 블랙, 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무시무시한 대장의 포스를 풍기는 앵무새 프러시안 등이 그들이다. 변지에는 축구공, 병마개, 소시지 등 우표와 함께 꾸밀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티커도 포함돼 있다.

규격우편물(300원), 규격외우편물(390원), 국제엽서용(400원), 등기용(1930원) 등 액면도 다양하다. 1930원권 옐로우 1종, 300원권 레드·핑크·브라운·블랙·프러시안 각 1종, 390원권 옐로우와 레드 3종, 400원권 옐로우와 레드 1종 등 10종이다. 우표 모양도 네모꼴에서 벗어나 하트, 동그라미, 마름모, 별 등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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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량은 108만장으로 이제까지 캐릭터 시리즈 우표 가운데 가장 적은 양이다. 스티커 우표는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기 때문에 무한정 발행할 수 없다. 많이 발행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그래서 더욱 라바 우표가 인기를 누릴 것 같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