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집배원도 이젠 토요일에 쉽니다

오는 7월 1일부터 집배원의 토요일 근무가 폐지된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와 전국우정노동조합이 노사협의로 토요일 집배 휴무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무슨 얘기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법하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게 언제인데 공무원인 집배원이 여태껏 토요일 근무를 하고 있다니 말이다.

2000년 7월 우정사업본부가 발족하고부터 토요일에 일반 우편물은 배달하지 않는다. 다만 국내특급우편 가운데 당일특급과 익일오전특급, 등기소포(택배) 등은 예외다. 위탁택배원 등 대체인력에 의해 토요일에도 배달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집배원도 이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을 배달하거나 개인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일을 하기 위해 토요일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은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우정노조의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한 연구보고서 ‘우정종사원의 근로시간과 일·생활균형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집배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의 기록을 보유한 한국에서 가장 최장시간 노동을 하는 직업군 가운데 하나다. 2011년 수도권 집배원의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은 2952~3216시간(일평균 11~12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보다 166일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런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은 집배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원흉으로 지목된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근무 중 사망한 집배원은 16명, 중경상을 당한 집배원은 1640명이다. 집배원 산업재해율은 국내 평균의 3.7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

지난 1월 2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열린 집배원들의 갑오년 새해 희망출발 퍼레이드. | 김기남 기자

지난해 11월에도 충남과 경기의 우체국에서 3명이 잇달아 심근경색과 오토바이 사고, 뇌출혈로 숨졌고, 올해 들어서도 2명이 뇌출혈과 오토바이 사고로 각각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등 집배원의 사망과 부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요일 집배 휴무는 집배원의 고강도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초보적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집배원은 하루 4~5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0시가 돼서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우정 노사가 토요 휴무제와 더불어 1일 8시간 근무 외 초과근무를 2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적어도 모든 집배원이 저녁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으면서 9시 TV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정노조의 숙원 가운데 하나일 지경이다.

문제는 이런 체제가 가능하려면 집배 인력 증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집배 인력 증원은 우정노조의 오랜 요구이자 박근혜 대통령도 약속한 사항이지만 안전행정부의 정원 통제에 막혀 실현되기까지 과정이 만만치 않다. 현재 우정사업본부는 안행부에 직제 개정을 통한 정원 확대와 집배인력 1137명의 증원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물론 집배원의 토요 휴무가 시행된다고 해서 우편물 배달도 함께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위탁배송업체 인력 등을 통해 지금처럼 배달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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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편적 서비스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배달 범위, 요금체계, 지역 간 휴무체계 차등화 등 구체적인 세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