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몰랐던 사실이네요. 동물원은 자기네들 이익을 위해서 데려온 동물이 인기도 없고 비효율적이면 도살해버리죠. 겉과 속이 전혀 다릅니다.”
1월 14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영상에 대한 누리꾼 소감이다. 동영상 제목은 ‘동물원이 말해주지 않는 백호의 진실.’
동영상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동물원에 가면 유달리 많은 백호. 그런데 실제로 자연세계에 ‘백호’가 많은 걸까. 전혀. “많은 사람들이 백호를 호랑이의 한 품종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의 동물원에 있는 백호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한 개체로 귀속된다.
1955년 인도에서 포획된 한 마리의 호랑이가 조상이다. 하얀 털은 열성인자인데, 모두 근친교배를 통해서만 태어난다. 근친교배의 특성상 수많은 문제가 나타난다.
지난 1월 중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된 ‘동물원이 말하지 않는 백호의 진실’ 동영상. | 루리웹
면역결핍증, 척추측만증, 구개파열, 정신장애, 조기사망 등. 그런데 동물원에 있는 백호를 보면 그런 기형 호랑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문제 있는 호랑이는 모두 도살하거나 폐기처분하기 때문이다.”
동영상의 결론은 이것이다. “동물원의 백호를 보이코트하라.” 동영상을 제작한 쪽은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빅캣레스큐’다.
사실일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확실히 동물원 백호에 관한 뉴스가 많다. 한국에도 없지 않다. 에버랜드에도 한 마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도 한 마리가 있다.
“일부는 사실이지만 일부는 과장된 거네요.”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한국범보전기금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의 ‘호랑이 사랑’은 대단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호랑이를 상징동물로 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백호를 얻으려면 근친교배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것은 맞습니다. 열성인자인 것도 맞고요. 백호끼리 교배를 하면 25%의 비율로 백호가 태어나겠죠. 하지만 기형 우려 때문에 최대한 돌아갑니다. 즉 효율은 낮지만 다른 시베리아 호랑이와 교배를 하는 것이죠.”
백호가 별개의 종이 아닌 것은 맞다. 인도 뱅갈호랑이의 돌연변이다. 한국호랑이의 경우 벽화에 묘사된 것을 제외하고 백호가 존재했다는 실증자료는 없다. “벽화에 그려진 것은 하나의 상징일 수도 있거든요.”
서울대공원에 문의해 봤다. 기형으로 태어난 동물은 도살처분? 홍보를 담당하는 강형욱 주무관은 펄쩍 뛰었다. “아니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고 살처분을 한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강 주무관에 따르면 지금도 장애를 갖고 있는 독수리를 키우고 있으며, 관람하러 온 사람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예요. 아프다면 또 모를까,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숨기고 할 일은 아니죠.” 사설동물원이나 다른 나라의 일부 동물원까지는 알 수 없어도 적어도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동물원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하니, 위 동영상을 보고 괜한 의혹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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