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말괄량이 삐삐’의 근황

‘말괄량이 삐삐 배우의 근황.’ 1월 2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영화 ‘말괄량이 삐삐’의 주연 여배우가 지난해 12월 중순, 음주운전을 하다 3중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는 내용의 기사다. 게다가 기사에 따르면 그녀에게는 ‘섹스비디오 파문의 주인공’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아마도 나이 좀 있는 독자라면 TV에서 방영되던 ‘말괄량이 삐삐’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왠지 ‘어린 시절 유명세를 탄 배우의 불운한 인생’ 스토리가 머리를 스친다. 그런데 가만, 그 삐삐가 섹스비디오를 찍기엔 너무 나이가 든 것은 아닐까.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문제의 배우는 타미 에린. 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1974년생이다. ‘말괄량이 삐삐’가 한국에서 처음 방영된 것이 1977년이니, 같은 배우가 아니다. 섹스비디오-음주운전을 일으킨 ‘삐삐’는 1988년에 리메이크된 영화 ‘말괄량이 삐삐’의 여주인공이었다.

지난해 섹스비디오·음주운전 파문을 일으킨 ‘말괄량이 삐삐’는 추억의 TV드라마 속 주인공과 다른 배우다. | 경향자료사진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오리지널 삐삐는 어떻게 되었을까. TV드라마와 두 편의 영화로 기억되는 오리지널 삐삐 역을 맡았던 배우는 잉거 닐슨이다. 1959년생이니 올해 55세다. 스웨덴 사람이다. 한국에 방영되었던 ‘말괄량이 삐삐’는 1969년도에 서독과 스웨덴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말괄량이 삐삐’의 ‘그 후 인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모양이다. 소문도 많았다. ‘알고 보니 남자애였다’라든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따위. 다 사실이 아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녀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답하는 글들이 많다. 서독과 합작으로 만들어서인지 특히 독일어권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어쨌든 답은? 배우다. 비록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스톡홀롬의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말괄량이 삐삐’에 출연했던 모든 아역 배우들이 배우의 길을 걷진 않았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보면 지난 2005년 스위스의 한 TV쇼에 출연한 오리지널 ‘말괄량이 삐삐’ 멤버들의 근황이 나온다. 삐삐의 단짝친구 토미 역을 한 패르 순트베르크는 현재 사업가다. 또 한 명의 단짝친구였던 아니카 역을 한 마리아 페르손은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다.

처음 언급한 타미 에린의 경우로 돌아가보자. 앞에 언급한 ‘추문’이 그녀의 경력에 큰 흠이 될 것 같진 않다. 파문을 일으킨 섹스비디오는 전 남자친구가 그녀와 찍은 비디오를 포르노 사이트에 팔려고 하자 미리 공개하는 맞불(?)을 놓은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넷

뉴욕타임스를 비롯, 대부분 언론도 그녀 편이었다. 그녀는 유니세프 등 국제적인 자선단체의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는데, 섹스비디오 사건이 난 지난해 10월 31일 이후에도 그녀가 잘렸다는 이야기는 없다. 여기에 음주운전 사건까지 보면, 어쨌든 그녀에게 2013년은 운이 없었던 해였던 것 같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