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젖꼭지 일베 인증 사건이 남긴 교훈

“저녁에 집에 와서 밥을 먹는데 너무 마음이 안 좋은 거예요. 크리스마스인데, 회사 분위기도 너무 안 좋고, 울컥한 마음이 갑자기 들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김상표 대표에게 지난 일주일은 악몽과 같았다. 코모토모. 젖병 등 유아용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악몽은 12월 19일 오후 1시 29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이트에 ‘찌찌파티’라는 닉네임으로 글과 사진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젖병·젖꼭지 사진과 함께 손가락으로 일베 표시를 인증한 이 일베 사용자는 “찌찌 만드는 게이다. 여자 젖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가끔 빨기도 한다”는 글을 남겼다. 올린 글은 곧 삭제됐지만 이미 캡처된 후였다.

한 일베 회원이 “가끔 빨기도 한다”며 남긴 젖병 꼭지 인증 사진. | 일간베스트 저장소

찌찌파티라는 사용자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사진 속 제품이 어느 회사인지 금방 밝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제품이 엄마들이 위생상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아용품이었다는 것이다. 삽시간에 논란은 확산되었다.

계속되는 김 대표의 말. “사건 당일 그런 글이 올라왔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사진만으로 보면 완성된 제품이 아니고 생산협력업체일 가능성이 커서 바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사출기계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사진 촬영이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진만으로 봤을 때 가스가 차 있는 것으로 보아서 100% 양품(정상적인 제품)이 아니라 불량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논란이 될 수 있어서 눈으로 확인해야겠다고 하다보니 시간이 걸렸습니다.”

조사는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이 회사의 작업공정은 CCTV로 촬영되고 있다. CCTV를 돌려서 한 직원이 장갑을 벗고 해당 사진을 찍는 행위가 찍힌 장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시간이 걸렸다고 하지만 이 회사의 대응에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사진이 각 커뮤니티로 폭발적으로 확산되던 그날 오후부터 밤까지, 이 회사는 대외적으로 어떤 확인조치도 알리지 않았다. 이 회사의 SNS 페이지,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게시글은 지난 7월 이벤트 공지에서 멈춰져 있었다. 결국 회사의 공식 사이트는 트래픽 폭주로 마비됐다.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은 한 포털에 개설된 커뮤니티 사이트에 모여들었다. 일베 회원들 특유의 ‘물타기(?)’가 시작됐다. 회사 측이 애초에 글을 올린 사람이 아닌 글과 사진을 퍼나른 사람들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포털 커뮤니티는 현재까지 그 상태로 방치돼 있다.

김 대표는 “회사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회사에 대한 여러 의혹이 나왔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실제 그런 행위가 있었는지 CCTV 3개월치를 돌려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했고, 그러다보니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일베라는 사이트가 있고, 그렇게 저속한 말이 왔다 갔다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덧붙였다.

언더그라운드. 넷

애초에 ‘찌찌파티’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협력업체 직원은 조사과정에서 스스로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후회막급한 일이 되었지만, 그 ‘일베 사용자’도 이번 사건을 통해 인생의 쓴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