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전씨 일가 소장품 ‘오 나의 여신님’ 포스터 정체는?

“오 나의… 뭐라고요? 그런 작품이 있었습니까.” 12월 19일, 기자와 통화한 경매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12월 18일, 전두환 일가 소장 미술품 경매 100% 낙찰이 화제가 됐다.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소장품은 김환기 화백의 1965년 작 ‘사우스이스트’였다. 5억5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정작 누리꾼의 주목을 받은 경매품목은 다른 것이었다. <오 나의 여신님> 포스터. 일본 만화다. 만화 좀 본 사람은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100% 팔렸다면, 이 포스터는 얼마에 팔렸고, 누가 사갔을까.

전씨 일가 소장품 중 만화의 포스터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11월 중순 머니투데이의 보도였다. 머니투데이는 “압수된 500~600점의 물품 중 전두환씨의 아들 전재국씨가 직접 그린 그림 등 가치산정이 어려운 작품들도 있다”며 그 중 하나로 저 포스터를 거론했다.

일본 쇼핑몰 경매에 올라온 <오 나의 여신님> 포스터. 전씨 일가 압수소장 물품과 동일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 라쿠텐

관심을 받은 까닭은 만약 저 포스터를 재국씨가 보유하고 있었다면, 10대나 20대도 아니고 왜 가지고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포털의 인물정보에 따르면 재국씨는 1959년 생으로 올해 54세다. 게다가 검찰이 경매물품으로 내놓은 것을 보면 단순 포스터가 아니라 최소한 <오 나의 여신님> 원작자 사인이라도 들어가 있는 포스터라는 뜻일까.

재국씨의 공식 직함은 출판사 시공사 대표다. 시공사에서는 ‘시공코믹스’라는 이름으로 만화책을 내고 있다. <간츠> <백귀야행> <이토준지 콜렉션> <은하영웅전설 코믹스판> 등 ‘오타쿠 친화적’ 작품들이 라인업에 다수 포진해 있다.

그런데 정작 <오 나의 여신님>의 국내 정식 발매는 라이벌사인 대원씨아이에서 이뤄졌다. 혹시 국내 정식 발매기념 부록 포스터가 경매물품에 잘못 섞여 들어간 것은 아닐까.

대원씨아이 관계자는 “당시 기록을 확인해 보니 14권을 발매할 때 책 속에 들어가는 크기의 핀업브로마이드를 제작한 것 이외에 별도의 포스터를 부록으로 제공하진 않았다”며 “시공사에서도 만화를 펴내니 전 대표가 <오 나의 여신님>의 일본 출판사인 강담사를 방문해 선물받아 개인적으로 소장한 작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검찰 압수물품이 작가 사인이 들어간 오리지널 포스터라면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대원씨아이 관계자는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만약 원화라면 가치는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며 “경매에 그 물품이 나온다면 국내보다 일본 쪽에서 입찰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언더그라운드·넷

전씨 일가 소장품 경매는 K옥션과 서울옥션이 나눠 진행한다. 두 회사 모두 확인했지만, 아직 저 포스터가 경매물품으로 나오진 않았다. “이번 경매된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의 목록이나 상태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양 회사 관계자의 공통된 말이다. 다음 진행될 경매는 내년 3월쯤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