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경제학 이론이 된 만유인력의 법칙

“풍경이 참 아름답다.” 중국인 최초의 우주인이었던 양리웨이는 “나는 기분이 어떠냐”는 부인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오래 전부터 하늘을 올려봤던 인류는 우주에 대해 로망이 있다. 그런데 우주는 정말 아름다운 곳일까.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600㎞ 땅 위. 산소도 없고, 소리도 없다. 중력도 없다. 밤과 낮의 온도차는 섭씨 200도에 달한다. 우주는 곧 죽음이다. 현실의 우주는 낭만을 얘기할 곳이 못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SF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우주를 실감나게 그린 영화다. 출연자는 단 둘이다. 공학박사인 라이언 스톤(샌드라 블록 분) 박사와 우주선 익스플로러 조종사인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다. 이들은 허블 우주망원경 통신 패널을 수리하다가 인공위성 파편을 맞고 우주 미아가 된다.

두 사람은 인근에 있는 러시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이동해 그곳에 있는 우주선으로 지구 복귀를 시도하지만 이미 ISS도 망가진 상태다. 그사이 코왈스키가 떨어져 나가면서 실종된다. 홀로 남은 스톤 박사의 유일한 희망은 중국 우주정거장인 톈궁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구 귀환을 시도한다.

<그래비티(Gravity)>란 중력이다. 질량이 큰 물질이 질량이 작은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즉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데이비드 오렐이 지은 <경제학 혁명>을 보면 중력은 경제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경제학은 인간 행동을 숫자로 표현한 학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는 세상의 모든 것은 수로 표현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한 전통은 케플러의 행성운동이론을 거쳐 뉴턴의 운동 3법칙(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완성됐다.

19세기 경제학자들은 물체의 운동을 수로 표현한 뉴턴 역학이 돈의 흐름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렇게 탄생한 조류가 신고전파 경제학이다. 뉴턴은 물질이 고체의 질량을 가진, 단단하고 관통 불가능한 움직이는 입자로 돼 있다고 믿었다. 이들의 운동법칙은 합리적인 역학에 따른다고 생각했다.

신고전학파들의 생각도 같았다. 분리된 개인들은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 다만 재화와 용역과 화폐를 교환하면서 어떤 운동법칙에 따라 상호작용한다고 봤다. 때문에 개인의 행동은 경제법칙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고, 이는 물리법칙처럼 보편적이라고 봤다.

경제법칙을 위해 움직이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는데,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그 힘을 ‘효용(만족감)’에서 찾았다. 사람들은 효용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이것이 특정 경제법칙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온 이론이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수요공급법칙은 뉴턴의 만류인력처럼 보편적이었다.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경제란 이런 법칙을 따라 최적화된 균형점으로 향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렇다면 정작 뉴턴 자신은 돈의 흐름을 잘 따라갔을까. 뉴턴은 영국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에 주식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 남해회사란 영국 정부로부터 서인도제도와 남미지역의 무역독점권을 받았던 회사다. 신대륙에서 막대한 금은보화를 발견하면 큰 돈을 번다는 기대심리에 주식 투기 바람이 일었다. 뉴턴은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했지만 광기는 계산하지 못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만유인력의 법칙 자체가 경제학 이론이 되기도 했다. 국가간 무역량을 예측하는 이른바 ‘중력모델’이다. 뉴턴은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밝혔다. 중력모델은 두 국가간의 무역은 양국의 경제규모에 비례하고 거리에 반비례한다고 봤다.

영화 속 경제

지리적 거리가 항상 똑같다는 것을 감안하면 양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 무역량이 늘어나고, 경제규모가 축소되면 무역량도 줄어든다. 한·일간, 한·중간 무역변화를 보면 중력모델은 수긍할 만하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