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실제보다 부풀려진 주택보급률

“언제부턴가 우리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남이 살고 있는 집에 몸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사람들은 몰래 함께 살다가 자리를 차지한다고 한다. 마치 올빼미 새끼처럼.”

영화 속 한 아이가 이렇게 읊조리면서 엔딩자막이 올라간다. 내집 마련은 서민들의 ‘로망’이다. 어둠이 내린 뒤 남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수많은 불빛들로 반짝인다. 하지만 막상 저 중에 내집 한 채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서글퍼진다.

허정 감독의 스릴러물 <숨바꼭질>(2013)은 도시의 주거문제를 소재로 만든 영화다. 성수(손현주 분)는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은 형이 있다. 형이 갑자기 사라진 뒤 형의 아파트를 찾는다. 도심 외곽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복도식 낡은 아파트다. 이 아파트에서 연이어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각 집의 초인종 아래에는 ‘□1○1△2’라는 암호 같은 숫자를 누군가가 적어 놨다. 성수는 형이 한 짓이라 의심한다. 그가 성수의 가족을 노리고 있다. <숨바꼭질>은 실제 일어난 도시괴담이다. 2010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집 초인종 옆에 이상한 표시를 해놓은 것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주민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고 SBS는 보도했다. 또 2008년 도쿄, 2009년 뉴욕에서는 남의 집에서 숨어 사는 사람들이 잇달아 발각됐다. ‘낯선 사람이 내 집에 살 수 있다’는 두려움은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숨바꼭질>에는 두 개의 주거공간이 비교된다. 성수가 사는 도심의 고가 아파트와 성수의 형이 사는 도심 외각의 낡은 아파트다. 성수네 아파트는 계단식, 성수 형네는 복도식이다. 성수네 아파트는 비밀번호키를 누르지만 성수 형네는 자물쇠다.

왜 남의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할까. 아마도 살 집이 없거나 있어도 비싸서 입주를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주거환경과 실태를 알기 위해 작성하는 통계가 있다. 주택보급률, 자가보유율, 자가점유비율 등 세 가지 지표다.

주택보급률은 전체 주택을 총가구로 나눈 것이다. 2012년 기준 102.7%를 기록했다. 이는 집이 가구보다 2.7% 더 많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집이 80만호 더 많다. 집은 많지만 사람들은 ‘집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는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비율이 설명해준다. 자가보유율이란 총 가구 중에 집을 소유한 사람들의 비율이다. 이게 60% 초반대에 불과하다. 한 가구가 집을 여러 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자가점유율은 총 가구 중 자기집에 사는 사람의 비율이다. 만약 내 집을 전세주고 다른 집에서 전세로 산다면 자가점유율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0년 현재 54.2%다. 그러니까 자기집이 없는 사람이 3분의 1쯤 되고, 자기집에서 살지 않는 사람도 절반쯤 된다는 얘기다. 집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있는 이유다.

가구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며 사람수를 기준으로 보는 통계도 있다. ‘인구 1000명당 주택수’다. 국제기준으로 많이 쓰인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주택수는 363.8호다. 미국(약 409호)이나 일본(약 450호)에 비해 적다.

하지만 이런 주택 통계는 때때로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될 때가 많다. 100%가 넘은 주택보급률의 경우 집으로 보기 힘든 주택까지 포함시키는 바람에 실제보다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상가나 공장 안에 있는 주택이나 고시원, 임시막사, 비닐하우스 등도 ‘집’으로 계산되는데 이게 주택 전체의 3.4%에 달한다. 또 옥탑방, 반지하, 부엌이나 목욕시설이 없는 주택도 주택수에 포함됐다. 시골 빈 집이나 준공됐지만 아직 분양이 안 된 미분양주택도 ‘주택’이다.

성수집 침입자는 성수가 자기집을 불태워버리겠다고 하자 당황한다. 침입자가 필요한 것은 깨끗하고 멋진 집이다. 영화 <숨바꼭질>에는 낡고 비루한 주거공간에서 깨끗하고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 있다.

영화 속 경제

왜 남의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할까. 아마도 살 집이 없거나 있어도 비싸서 입주를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