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나사의 역사적 발견” 전 세계 대상 낚시, 결론은?

“전 세계를 뒤흔들 놀라운 발견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10월 5일, 말 그대로 전 세계의 누리꾼을 설레게 했던 공지다. 50년대 SF풍의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이 공지문에는 미 항공우주국, NASA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딱히 그 발견이 무엇이라는 설명은 없었다. 다만 “10월 6일 자정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이 발견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부가적 설명이 붙어 있었다.

공지의 본문과 웹사이트의 주소는 ‘13번째를 기억하라’(remember the 13th)고 되어 있지만 그 13번째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다만 이 페이지에는 나사의 공식 페이스북과 구글+, 그리고 미국의 화성탐사선 ‘큐리오서티’(curiocity)의 트위터가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으로 미뤄볼 때 화성에서 뭔가 획기적인 발견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만 무성했다.

당연, 위에 연결되어 있는 나사의 SNS 페이지에는 이 ‘위대한 발견’이 무엇인지 문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나사의 공식 SNS 계정은 지난 10월 2일 “정부의 셧다운으로 현재 우리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묵묵부답. 사이트는 정말 나사가 개설한 걸까.

10월 6일, 나사 명의로 “다시는 역사에 없을 놀라운 발견을 공개하겠다”는 웹사이트 공지. 결론은 한 미국 힙합가수의 ‘글로벌 낚시’였다.| www.rememberthe13th.com

글로벌 누리꾼의 합동 추적 결과 이 사이트가 개설된 곳은 파나마였다. “미 정부가 셧다운 상태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메일을 얻기 위한 피싱사이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나쁜 천문학’(Bad Astronomy) 블로그로 국내에도 이름이 꽤 알려진 필 플레이트 박사가 미국 슬레이트 온라인에 긴급 기고를 통해 검증에 나섰다. 그는 공식적인 나사 홈페이지는 nasa.gov 페이지를 통해 업데이트 되며 이번 케이스처럼 독자 도메인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리꾼의 주장처럼 이 사이트의 국적은 파나마인데, 역시 나사는 외국 계정을 통해 도메인을 등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나사는 닷컴(.com) 도메인을 사용하지 않으며, 현재 정부 사이트가 셧다운 중임을 감안할 때 가짜일 가능성이 100%라는 것이다. 어쨌든 문제의 10월 6일 자정이 되었고 그 실체는 밝혀졌다.

자정이 되자 사이트에는 “커다란 발견이 뭔지를 보려면 여기를 클릭”이라는 한 줄 공지가 살짝 추가되었다. 링크는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비키 벤디(Beeki Vendi)라는 힙합가수의 신곡 ‘진홍색 닌자’(Purple Ninja)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였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을 이용한 글로벌 낚시였던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세계 각국의 누리꾼이 쏟아내는 다양한 언어의 욕설이 순차적으로 등록됐다. 노이즈 마케팅의 성과는 어떨까.

언더그라운드·넷

10월 11일 현재,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약 22만6000건. 그 중 ‘비추’는 16만건으로 추천 3000건에 비해 압도적이다. 전 세계 누리꾼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댓글은 “나사가 로고를 도용한 혐의로 고소해서 이 진홍색 닌자 ‘외계인’을 감옥에 보내기 바란다”는 글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