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에픽;숲속의 전설 - 전설과거의 모든 일을 기록한 숲속의 ‘빅데이터’

“잎은 많지만 나무는 하나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우리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며, 힘을 합치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거다.

20세기폭스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에픽;숲속의 전설>은 숲속에 사는 요정들의 이야기다. 초록세계를 이끄는 타라 여왕, 부패의 제국을 만들려는 맨드레이크가 선악을 구성한다. 여기에 숲속의 요정들을 찾는 괴짜 과학자 아빠를 둔 소녀 ‘엠케이’가 이들 세계에 우연히 끼어든다. 타라 여왕은 맨드레이크의 화살을 맞아 죽는다. 여왕은 엠케이에게 꽃봉오리를 남긴다. 보름달이 뜬 날 활짝 피면 후계자를 찾아준다는 바로 그 꽃봉오리다. 여왕의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 숲의 세계는 말라 죽는다.

초록세계를 지키는 전사로 ‘리프맨’이 있다. 리프맨들은 초록갑옷으로 무장했다. 이 갑옷은 둔탁하거나 무겁지 않다. 가벼우면서도 입기 편하다. 알고보니 신라 화랑의 갑옷에서 이미지를 가져왔단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가 한국인이다.

[영화 속 경제]에픽;숲속의 전설 - 전설과거의 모든 일을 기록한 숲속의 ‘빅데이터’

소녀 엠케이가 갑자기 작아진다는 데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소인국의 나라가 존재한다는 데서 <걸리버여행기>가 떠오른다. 또 전사들의 전투신과 맨드레이크의 캐릭터는 <아바타>나 <반지의 제왕>과 무척 닮았다.

엠케이는 꽃봉오리를 들고 모르는 것이 없는 숲속의 마법사 님갈루를 찾아간다. 님갈루는 숲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한 두루마리를 보관하고 있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행동을 했는지가 모두 담겨 있는 지혜의 파피루스다.

엠케이가 “두루마리를 보면 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라고 묻자 님갈루가 답한다. “두루마리에는 과거만 있을 뿐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두루마리는 지하 층층이 저장돼 있다. 마치 하드디스크를 모아놓은 것 같다. 두루마리는 숲속의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말한다. 대용량의 저장장치가 만들어지고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정보량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빅데이터는 초대용량의 데이터 양(volume), 다양한 형태(variety), 빠른 생성 속도(velocity)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 3V라 불린다. 여기에 가치(value)를 더하면 4V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생성된 데이터가 인류 탄생부터 2003년까지 모은 데이터보다 양이 많다.

과거에는 숫자만 데이터였지만 지금은 SNS, 블로그, 검색, e-mail, 사진, 동영상 등도 빅데이터로서 인정받는다. ‘클라우딩 컴퓨팅’이 발달하면서 빅데이터 저장의 한계마저 사라지고 있다. 구름처럼 여기저기서 운영되는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면 그만이라 과거처럼 아주 큰 단일 저장매체가 필요 없다.

이런 빅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저장된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면 기업 혁신과 경쟁력 강화, 생산성 향상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고객이 좋아하는 색깔과 자동차 종류, 운전 스타일, 자동차 구입시 용도, 가격대 등에 관한 상세 자료를 얻어 분석할 수 있다면 맞춤식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온갖 잡동사니 정보 속에서 사회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법칙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빅데이터는 ‘세상을 바꿀 지혜의 쓰레기통’으로 불린다. 토머스 메론 미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 등은 빅데이터를 통해 인류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인간 행동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 경제

님갈루는 숲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두루마리에 기록한다. 두루마리는 미래로 가는 열쇠다. 과거 없이 미래는 없다. 타라 여왕이 꽃봉오리를 들고 님갈루를 찾아가 지혜를 구하라는 것도 이런 뜻이 염두에 있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