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니모를 찾아서 - 걸음마 시절엔 보호가 필요하다

아기 물고기 ‘니모’가 10년 만에 3D로 돌아왔다. 원작 ‘니모를 찾아서’는 2003년 픽사 작품이다. 당시 최고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전 세계에서 8억 달러(8800억원)를 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30만명이 봤다. 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애니메이션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8년 미국영화연구소(AFI)는 역대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션 10개 중 하나로 꼽았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애기다.

<니모를 찾아서> 3D는 10년 전 작품에다 3D만 입혔다. 이미 알려진 스토리라 새로울 것이 없다. 배경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다. 호주 동북부에 있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다. 주연은 광대물고기 아빠 ‘말린’과 아들 ‘니모’다. 말린은 상어의 공격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수많은 알을 잃어버렸다. 홀로 살아남은 자식이 니모다. 그러니 말린은 니모를 애지중지, 금지옥엽으로 키운다. 그러다보니 “하지 말라”는 것이 참 많다. 니모는 이런 아빠가 싫다. 니모가 처음으로 학교 가는 날, 말린은 불안을 참지 못하고 학교까지 따라간다. 다른 물고기들이 말한다. “말린은 니모를 과보호하고 있어.”

니모는 스쿠버 다이버에게 채집당한다. 까무러치는 말린. 말린은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떠난다. 가는 도중 건망증이 심한 또다른 열대어 ‘도리’를 만난다. 아빠 말린과 도리는 니모를 구할 수 있을까.

주변 물고기들이 ‘니모를 과보호한다’며 수군대는 소리를 말린은 무시한다. 니모는 세상에서 유일한 혈육이다. 광대물고기는 작고 힘이 없는 물고기다. 말린은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유치산업 보호론’과 맥이 닿는다.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이란 ‘아기 걸음마 단계에 있는 산업’을 말한다. ‘Infant’를 ‘유치’로 번역해서 그렇지 원래는 유아 혹은 유치원생을 의미한다. 딱 니모 또래다. 장차 성장잠재력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니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보호해줄 필요가 있는 산업이 유치산업이다. 경쟁력이 갖추어진 다음에 자유무역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유치산업 보호론의 핵심으로 보호무역주의의 이론이 됐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인 해밀턴이 주창했고, 독일의 리스트가 체계화했다. 19세 중반 영국에 눌린 후발 공업국 미국과 독일은 자신들의 산업 보호가 절실했다. 수입규제는 수입 관세율을 높이거나 할당제를 통해 수입량을 통제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보호무역은 중상주의가 이념적 배경이다. 중상주의자들은 외국 무역을 통해 많이 남기는 것이 국부를 쌓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국의 물건은 많이 팔고, 타국의 물건은 수입을 규제했다. 18세기까지는 금과 은으로 주로 교류를 했다. 무역흑자로 금과 은이 유입되면 자국 경제가 활기를 띠지만 유출되면 통화량이 부족해 침체에 빠지는 원인이 됐다. 영국이 일으킨 아편전쟁도 청나라로 막대한 금은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보호무역주의는 1930년대 다시 힘을 얻었다. 대공황으로 인해 경기불황이 심해지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폈다. 값싼 해외상품이 밀려들어오면 국내 산업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경쟁으로 상품가격이 하락하면 소득이 떨어져 더 심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바다는 온갖 위험이 도사린 정글이다. 말린은 니모가 경쟁을 하면서 성장하기보다 자신이 철저하게 보호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광대물고기는 덩치로 보나 힘으로 보나 경쟁력이 없다. 만약 니모가 광대물고기가 아닌 상어였다면 새끼 때부터 바깥에 내보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경제

보호무역주의를 이끌었던 미국이 20세기 중반 이후 패권을 잡자 자유무역주의의 전도사가 됐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산파역을 했다.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달아 맺고 있다. 자유무역주의든 보호무역주의든 절대선은 없다. 자국에 얼마나 유익한가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