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더 임파서블 - 쓰나미를 극복하는 ‘가족의 힘’

불이 나면 남는 게 있어도 물이 들면 남는 게 없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물난리는 무섭다는 얘기일 터다.

2004년 12월 26일 태국 해변 휴양지에 쓰나미가 몰려든다. 소리소문 없이 다가온 쓰나미는 10분 만에 천국을 악몽으로 만든다.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규모 9.3의 대지진이 원인이었다. 인도양 연안 13개국에서 23만명이 숨졌다. 태국에서도 50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당시 태국 쓰나미에서 살아난 미국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캐스팅은 화려하다. 이완 맥그리거가 남편인 ‘헨리’역에, 나오미 왓츠가 아내인 ‘마리아’역으로 나온다. 쓰나미가 휴양지를 밀어닥치는 신이나 쓰나미에 휘말린 마리아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압권이다. 재난영화지만 재난보다는 재난이 일어난 이후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헨리 가족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일본에서 태국으로 간다. 그러나 휴가는 곧 악몽이 됐다. 쓰나미에 휘말리면서 가족이 찢어졌다. 아빠는 둘째·셋째 아들과, 엄마는 첫째 아들과 함께 있다. 아빠는 종이쪽지 하나를 가지고 병원마다 찾아다니며 아내와 첫째 아들을 찾는다. 어느 병원에서 조우하지만 아내가 위독하다.

쓰나미는 지진해일을 말한다. 집채만한 파도가 단번에 덮쳐 모든 것을 쓸어가는 공포를 사람들은 2004년 절감했다. 경제권에서도 ‘쓰나미’는 종종 쓰인다. 금융위기 당시 투자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금융쓰나미(financial tsunami)’는 낯익은 단어가 됐다. 금융쓰나미에는 금융권 전체가 휩쓸려가버린다는 느낌이 가미돼 있다.

금융쓰나미는 신자유주의를 틈타 금융간 벽을 허문 것이 주원인이다. 1933년 미국은 업종별 칸막이를 두는 ‘글래스-스티걸법’을 만들었다. 상업은행이 위험한 투자상품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면서 대공황이 발생했다는 반성에서였다. 글래스-스티걸법은 투자은행만이 고위험 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제했다. 1999년 상업은행이던 시티은행과 보험·증권업을 하는 트래블러스가 합병하려 하자 클린턴 행정부는 ‘그램-리치-블라일리법’을 만든다. 업종별 칸막이를 없애는 법이었다. 그 결과 세계 1위의 금융그룹, 시티그룹이 탄생했다.

업종별 규제가 무너지자 온갖 파생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택담보채권, 자동차론, 학자금론 등 전혀 다른 채권을 묶은 부채담보부증권(CDO)도 이때 만들어졌다. 이 상품은 투자은행들과 연기금들이 샀다. 행여 CDO가 부실해질 위험에 대비, 보험 성격의 상품도 만들었다. 그게 통화부도스와프(CDS)다. 보험사들은 이 상품을 팔고 대신 투자은행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았다. 문제는 CDS가 단순 보험상품이 아닌 파생상품이라 CDO가 없는 투자회사들도 보험료를 내고 CDS를 살 수 있었다. 만약 특정 CDO가 망하면 보험금을 같이 받는 형식이었다. 은행 대출채권이 투자은행을 지나 보험사까지 연결됐다.

그런데 은행 대출 채권이 부실해졌다. CDO를 산 투자은행이 망가졌고, 이어 CDO 보험금을 주려다 보니 보험사도 망가졌다. 금융권 전체를 휩쓰는 금융쓰나미가 됐다.

일본 아베 정권이 마구잡이로 엔화를 풀자 ‘엔저 쓰나미’라는 단어가 생겼다. 세계적으로 돈이 넘치자 ‘인플레 쓰나미’라는 용어도 나왔다. ‘저성장 쓰나미’ 등 쓰나미는 경제분야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더 임파서블>에서 쓰나미를 극복하는 힘은 가족주의다. 좀 뻔한 할리우드식 결말이지만, 금융쓰나미를 이겨내는 힘도 가족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많은 가정이 망가졌지만 그래도 일어선 사람들을 보면 가족들의 힘이 컸다. 가족이 망가진 사람들은 재기의 기회도 없었다. 가족은 힘이 세다.

영화 속 경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많은 가정이 망가졌지만 그래도 일어선 사람들을 보면 가족들의 힘이 컸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