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금융소외자 대책은 우체국에서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훌쩍 넘어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대두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 대출이 922조원, 개인 사업자 대출이 160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가계부채의 규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그 질이다. 은행권보다 비은행권 부채가 늘고 그에 따라 신용불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가 2008년 720만명에서 2010년 815만명으로 연간 5% 가까이 급증,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33%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저소득자나 저신용자가 고금리의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권으로 내몰린 이른바 ‘금융소외자’들은 높은 이자 부담 때문에 더 큰 빚을 지는 ‘부채의 악순환’에 허덕이게 된다.

지난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소외 해소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우체국 공공성 강화 정책 토론회’.

금융소외는 경제의 위험뿐 아니라 사회적 위험과 불안의 주요인으로 떠올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자살이나 폭력, 강력 범죄를 비롯한 충격적인 사건의 배경에 거의 빠짐없이 언급되는 단어가 카드빚, 사채, 신용불량 등이다.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사채업자에게 300만원을 빌렸다가 유흥업소로 팔려간 딸과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퇴근길 서울 여의도를 공포로 몰아넣은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안타깝게도 여의도 노상 칼부림 사건 피의자 역시 카드빚 4000만원에 신용불량자였다.

저소득층과 금융소외자의 문제를 시장은 해결하지 못한다. 금융회사가 손해가 될 일을 할 수가 없고 그럴 리도 없다. 금융소외 자체가 시장 실패의 산물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정책으로 풀기도 쉽지 않다. 신용회복기금,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있지만 소극적인 지원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터진 미소금융 비리 사건 등으로 그마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돈은 도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작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돌지 않는 구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금융을 공공재의 하나로 보고 보편적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9월 4일 국회에서 행정부공무원노조 및 지식경제부공무원노조 주최로 열린 ‘금융소외 해소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우체국 공공성 강화 정책 토론회’에서 나온 해법이다.

우체국은 전국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특히 금융 접근성이 열악한 농어촌 주민과 도시 서민의 금융 창구 역할을 해왔다. 점포의 93%가 도시에 집중된 일반 은행과 달리 우체국은 읍·면 위주(55%)로 설치돼 있다. 우체국은 연간 49억통, 매일 1630만통의 우편물을 농어촌과 산간오지까지 배달하는 국가의 가장 촘촘한 신경망이기도 하다. 지역의 금융소외자 현황을 잘 파악하고 그들이 자립·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고 사후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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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외와 우체국금융을 이용한 해법’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이상동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경제분야연구센터장은 “국가는 금융부문의 보편적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여겨야 한다”며 “우체국금융은 금융소외를 해소하는 최적이자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재의 우정사업본부를 우정청으로 개편하고 빈곤층 및 사회적 경제에 대한 소액대출 및 저비용 뱅킹플랫폼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우체국을 통해 정부의 저리융자제도와 채무조정제도, 민간기구의 소액대출제도와 정부의 무상지원제도 등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수십개 이상의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