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어디에 계신 줄 모르는 엄마께’

초등학교 3학년생의 편지를 읽었다. 편지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사연을 담고 있었다. ‘어디에 계신 줄 모르는 엄마께’라는 서두부터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우정사업본부가 주최한 ‘2012 대한민국 편지쓰기 대회’ 수상자들이 홍만표 우표사업단장(앞줄 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편지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국어사전은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이라고 간단하게 풀이하고 있다. 뜻이 간단하다고 해서 편지 쓰는 일까지 간단한 것은 아닐 터이다. 막상 편지지를 앞에 놓고 펜을 들면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가 중요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재에는 편지의 두 가지 특징을 언급하고 있다. 받는 사람이 특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 그리고 목적이 분명하게 있는 실용적인 글이라는 점이다. 편지의 기본 형식에 맞게 예의를 갖추어 써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물론 모든 편지가 정해진 형식을 따른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편지 쓰기를 어려워하는 어른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편지의 기본적인 형식부터 떠올린다면 한결 도움이 될 듯하다. 일반적으로 편지는 서두(첫머리), 본문(사연), 결미(끝맺음)의 형식을 취한다. 서두에는 호칭, 첫 인사, 계절 인사, 자기 안부, 상대 안부를 적는다. 본문에는 편지를 쓰게 된 주요 목적과 용건을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쓰면 된다. 결미에는 끝 인사와 날짜를 쓰고 서명을 한다. 초등학생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엄마, 어느덧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려 하네요. 학교 가는 길목에 엄마를 닮은 예쁜 철쭉이 피어 있어요.”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편지를 쓴 초등학생은 5년 전 엄마와 이별하고 이제껏 소식조차 알 길이 없는 모양이다. 편지는 아이가 엄마를 그리며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엄마, 제가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아빠가 회사에 7시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아빠가 학교 앞 GS 편의점으로 데려다주면 GS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를 먹고 7시 반에 학교가 문을 열면 등교했어요. 그때 많이 힘들었어요.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학교 앞 편의점으로 갔어요. 그래서 학교 앞으로 집을 이사했어요. 1·2학년 때는 몰랐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 제 마음대로 못 울어요. 아빠 앞에서 울면 아빠가 속상해 하시고 학교에서 울면 자신감을 잃을까봐 화장실에서 잠깐 울어요. 엄마, 선생님께서 편지쓰기 대회가 있다고 해서 편지를 써요. 편지쓰기 대회에서 이 편지가 엄마 마음 속에 전달되면 아빠와 저랑 함께 셋이 다른 가족처럼 같이 살아요. 아빠도 엄마가 보고 싶어서 술을 마시고 자주 우세요. 그만큼 엄마가 보고 싶은 거예요. 하루 빨리 셋이 만나길 바라요.”

결미는 “그러니까 셋이 만날 때까지 엄마,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도 공부 열심히하고 잘 지낼게요. 그럼 그만 편지를 마칠게요”라는 내용에 이어 ‘2015년 5월 16일 수요일’이라는 날짜와 ‘엄마의 영원한 딸 ○○ 올림’이라는 서명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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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가 지난 5월 실시한 ‘2012 대한민국 편지쓰기 대회’에 10만8000여명이 응모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 시대에 이런 호응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 지난 7월 12일 시상식에서 최형우(초등부 저학년), 김나희(초등부 고학년), 임성빈(중등부), 박한솔(고등부), 이강선(일반부) 등이 각 부문의 대상을 받았다. 5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이강선씨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사연을 비롯해 수상작 모두가 뭉클한 감동을 준다. 편지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