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세계 최대·최고의 우편네트워크

우편물이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 5년간 우편물이 연평균 0.7%씩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게 최근 발표된 지식경제부의 ‘우정사업동향’ 보고 내용이다. 2007년 49억2900만봉이던 우편물이 지난해에는 47억9600만봉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의 발달로 편지 물량이 감소한 데다 경기 침체로 기업과 관공서의 고지서나 안내서 발송이 줄어든 탓이다.

카할라우정연합체 CEO 전략회의에 참석한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 (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선진 10개국 우정당국 대표자들.

새로운 통신수단이 우편산업을 사양길로 내몬다면 우정의 앞날은 어둡다. 하지만 나쁜 소식만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전자 통신이 발달해도 우편을 대체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소포우편물이다. 유체이동 기술이 발명되지 않는 한 물건은 사람의 손으로 직접 배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 보고서에도 PC나 스마트폰에 의한 인터넷 쇼핑의 증가로 소포 물량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포 물량은 2007년 1억1100만봉에서 지난해 1억6900만봉으로 5년간 연평균 11.1% 증가했고, 국제 소포의 경우 특히 우체국 국제특송(EMS) 접수 물량이 2007년 44억9만9000통에서 지난해 69억2만3000통으로 연평균 10.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마냥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민간 택배업체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도 하다. 우체국 택배의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EMS 부문이다. 2010년 620만통이던 물량이 지난해 690만통으로 증가했고, 매출도 2400억원에서 2700억원 정도로 신장했다. 국제특송 시장에서 우체국은 DHL, FedEx 등 다국적 민간업체를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서비스 품질면에서도 만국우편연합(UPU) 평가에서 5년 연속 금상을 받는 등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다.

EMS의 경쟁력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카할라우정연합체(Kahala Posts Group·KPG)다. 한국·일본·중국·미국·호주·홍콩 등 6개국 우정당국이 EMS 서비스 품질 향상 등을 위해 2002년 6월 한국 주도로 미국 하와이 카할라에서 결성한 기구다. 지금은 스페인·영국·프랑스·싱가포르가 추가로 참여해 회원국이 10개국으로 늘었다. 말하자면 17만6000여개의 우편 취급 창구와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접근 가능한 3억2800만여개의 배달 지점을 보유한 세계 최대·최고의 우편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태국·베트남 등도 신규 회원국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카할라우정연합체 설립 1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에서 CEO 전략회의가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열렸다.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도 참여해 국제특송 시장에서 EMS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공동마케팅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KPG를 통한 국제협력 결과가 민간 특송업체를 능가하는 EMS의 경쟁력으로 나타난 셈이다. EMS는 첨단 IT정보시스템인 우편물류시스템(PostNet)을 기반으로 배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배달 성공률을 높이고, 세관과 통관 대상 우편물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통관검사 절차를 줄여 배달 시간을 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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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외국으로 발송한 물품을 접수부터 배달까지 모든 과정을 인터넷우체국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달 과정을 단문자서비스(SNS)로 받아볼 수 있다. 약속한 배달 날짜보다 하루라도 늦게 배달되면 요금 전액을 배상해주는 배달보장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요금도 다국적 특송업체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김명룡 본부장은 “EMS의 장점은 신속하고 정확하면서도 저렴하게 배달된다는 것”이라며 “KPG를 통해 한층 개선된 서비스를 펼쳐 고객감동 실현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