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정기예금 공구함’

인터넷에서 ‘아기용품 공구함’이라는 글 제목을 보고 강한 호기심이 발동한 적이 있다. 아기용품 공구가 뭐지? 아기용품을 수리하는 공구가 있다고? 세상에, 신세대 엄마들은 그런 걸 넣는 함까지 장만한다는 말인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클릭을 하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한 걸 알고 머쓱해졌다. ‘아기용품을 공동구매합니다’가 아둔한 필자에게 엉뚱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세태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공구(公購), 즉 공동구매는 인터넷의 발달로 생겨난 상품 거래 방식이다. 다수의 소비자가 모이기 쉬운 인터넷 공간의 장점이 상업적으로 잘 활용되는 예다. 소비자는 싸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판매자는 마케팅이나 유통 비용을 덜 들이고 상품을 한꺼번에 판매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구가 인기를 누리면서 아기용품만이 아니라 이제는 자동차나 아파트 공구 사이트까지 생길 정도다. 그러니 ‘정기예금 공구함’이라는 제목을 보고 놀라지 말기를 바란다. 금융상품이라고 공구의 치명적인(?) 매력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이미 몇몇 시중은행은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등과 함께 가입하면 추가 금리를 주는 예·적금상품을 ‘공구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고 있다.

우체국금융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희소식이 하나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정보통신의 날(4월 22일) 기념 공구를 실시하고 있다. ‘우체국 e-공동구매 정기예금’이다.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21일까지 한 달간 진행하는 이 정기예금 공구에 참여하면 최고 연 4.2%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우체국이 처음으로 내놓은 이 공구상품은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입 금액은 1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이며, 예치 단위는 3·6·9·12개월 4가지가 있다. 이율은 판매액과 예치 기간에 따라 가변적이다. 판매액이 200억원 미만이면 연 3.9~4.1%, 400억원 이상이면 4.0~4.2%다.

판매는 인터넷으로만 진행된다. 우체국예금보험(www.epostbank.kr)에 접속해 ‘예금’ 메뉴를 선택한 뒤 ‘인터넷예금가입상품’에 들어가면 ‘우체국 e-공동구매 정기예금’ 항목이 보인다. 약관에 동의하고 구매 절차를 완료하면 이벤트에 응모할 기회도 주어진다. 422명에게 스마트TV, 뉴아이패드, 온누리상품권(5만원), 모바일상품권(1만원) 등의 경품이 지급된다.

이번 첫 공구는 한도가 500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공구 기간 중이더라도 한도가 소진되면 판매가 종료된다. 1인 1계좌에 한정하기 때문에 1억원이 넘는 돈을 갖고 있다면 다 넣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계기가 있을 때 공구상품을 또 내놓을 계획이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 비슷한 상품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2040+알파 정기예금’처럼 최고 연 4.2% 금리를 받을 수 있으며, 1만원 이상 무제한 가입이 가능한 창구 상품이 있다. 다만 최고금리를 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급여이체라든가 신용카드 결제계좌 이용, 체크카드 및 제휴카드 발급 등의 실적이 있고 우체국예금·보험·우편 우수고객이면 기본 3.8%에서 최고 0.4%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2040+알파 자유적금’을 만기 후 재예치하는 경우도 우대금리를 받으면 최고 4.2%의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e-postbank 정기예금’도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공구상품 최고 이율인 연 4.2%를 받는 게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우체국예금상품에 가입하고 우체국계좌 자동이체 약정을 2건 이상 한 고객이라면 각 0.2%의 가산금리가 주어져 연 4.2%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우체국 전자금융상품 이용은 상품 가입 후 1개월 이내에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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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정기예금 공구함’에 관심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 우체국예금 공구를 계기로 통장에서 잠자고 있는 돈이 없는지 한번 점검해보자.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