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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이란의 공권력 폭력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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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의 파라다이스’는 이란 수도 테헤란 근교에 있는 공동묘지 이름이다. 동시에 ‘아미르’라는 필명의 스토리 작가와 ‘칼릴’이라는 필명의 그림 작가가 공동으로 연재해온 웹툰의 제목이기도 하다. 실명이나 정확한 이력은 알려져 있지 않다. 출판사의 설명을 보면, 실명과 이력이 알려질 경우 정치적 탄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들이 아랍계 언론 <자달리야>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아미르는 자신이 이란에서 태어난 작가라고 밝히고 있다. 칼릴의 국적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라의 파라다이스>가 이란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웹툰이기 때문에 아랍계이거나 이란인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자라의 파라다이스> 아미르&칼릴·글 그림·김한청 옮김 다른·1만4000원

두 사람이 <자라의 파라다이스> 연재를 시작한 것은 2010년 2월부터다. 아미르는 <자달리야>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의 이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이란의 이야기란 2009년 대통령 선거 이후에 벌어진 상황들이다. 그해 이란 대선에서 대통령 아마디네자드는 62.6%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전개한다. <자라의 파라다이스>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2009년 6월 15일 300만명이 거리로 나선 날 실종된 열아홉살인 아들 메디를 찾는 어머니 이야기다. 이 어머니의 또다른 아들로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로 등장하는 청년은 작가들의 분신이다. 모든 이야기는 실제 일어난 일들이다. 작가들은 다만 실제 사건들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녹여냈을 뿐이다.

만화에 드러난 이란의 모습은 한국의 1980년 광주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공권력의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작가들은 부상자들이 즐비한 병원에 난입한 혁명수호대를 이렇게 묘사한다. “저들은 부상당한 시위대의 멱살을 붙잡고, 병원 밖으로 질질 끌고 갔다. 어떤 사람은 피를 흘렸고 어떤 사람은 걷지도 못했다. 설 수 없는 이들은 들어서 끌고 갔다.” 언론은 시위와 관련된 내용은 일절 보도하지 않는다. 메디는 결국 시체가 되어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다. 메디의 시신은 공동묘지 ‘자라의 파라다이스’에 묻힌다.

책은 이란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왕정을 무너뜨리고 이슬람공화국을 세운 1979년 이란혁명 이후의 상황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최근 이란 현대 정치의 속살만이 아니라 이란 청년들의 문화가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이란혁명 초기 상황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그린 이란 만화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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