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통합진보당의 꿈, ‘20석을 넘겨라’

통합진보당이 독자적인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구에서 최소 12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비례대표에서 2004년 민주노동당이 획득한 8석(정당지지율 13%) 정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총선에서 30명의 야권연대 후보(경선 승리 14명, 민주당 무공천 지역 16명)를 낸 통진당이 적게는 3군데, 많게는 11군데에서 당선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 사람은 심상정 공동대표(경기 고양 덕양갑), 노회찬 대변인(서울 노원병),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울산 북구)이다.

3월 19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 (왼쪽부터 조준호,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이 야권단일화 경선결과를 들으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 서울 노원병의 노회찬 후보와 경기 고양 덕양갑의 심상정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상대 후보를 앞서나가고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이 두 지역은 통합진보당이 해볼만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은평을,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대리전
울산 북구는 조승수 의원이 이미 두 차례 당선된 곳이지만, 조 의원이 동구로 지역구를 옮겨 김창현 후보가 출마하게 됐다. 16일 울산방송 여론조사에서 김창현 후보는 38.5%의 지지율을 기록해, 박대동 새누리당 후보에 오차범위 이내인 1.3%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진당 측은 북구에서 자당 출신 민선 구청장이 3명이나 배출된 점, 현직인 윤종오 구청장도 통진당 소속인 점, 울산지역의 야권연대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점을 들어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기타 지역으로는 서울 은평을과 경기 의정부을이 당선 가능권에 있다. 경기 안산 단원갑, 광주 서을, 경남 창원 성산, 창원 의창, 사천·남해·하동, 전남 순천에 출마한 통진당 후보도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국민참여당 출신인 천호선 대변인이 나선 서울 은평을은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대리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역의 현직 의원이 대표적 MB맨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기 때문이다. 22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천호선 후보는 44.2%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0.7%포인트였다.

비례대표 홍희덕 의원은 경기 의정부을에 출마해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할 예정이다. 의정부을은 18대 총선에서도 야당이 승리한 만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2월 23일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홍희덕 후보가 홍문종 후보를 8%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홍문종 후보가 2006년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쳤던 사실이 새삼 알려져 새누리당에서 공천 논란이 불거진 점도 홍희덕 후보에게 호재다.

경기 안산 단원갑은 조성찬 후보가 백혜련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신승한 지역이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곳이지만, 조성찬 후보의 개인 경쟁력, 단일화 경선과정에서의 잡음 등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광주 서을에는 오병윤 전 사무총장이 후보로 나섰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선언한 지역인 만큼 당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대석·정남준 두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 변수다. 오랫동안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해온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개인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권영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진보정치 1번지’ 경남 창원 성산 지역구에는 손석형 전 경남도의원이 권의원의 자리를 대신했다. 손석형 후보는 민주당과의 단일화에는 성공했지만,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에는 실패했다. 김창근 후보 측은 성명을 통해 “손석형 후보는 도의원 임기중 중도사퇴에 대해 진정성 있는 공개사과를 요구한다”며 단일화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이후에도 양 후보는 야권단일화를 추진했지만 21일 격론 끝에 결렬됐다.
창원 성산의 옆 지역인 창원 의창에는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낸 문성현 후보가 출마했다. 경남지역 언론들은 오랜기간 창원에서 활동해온 문성현 후보가 박성호 새누리당 후보보다 인지도는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창원 의창이 오랫동안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이었던 만큼, 문성현 후보가 우세라고 쉽게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기갑 의원 역시 선거구 통폐합으로 지역구 재선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통적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남해·하동과 사천시 선거구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사천시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무소속 출마도 강 의원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김선동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에는 노관규 민주당 후보가 강력한 경쟁자다. 노 후보는 총선 출마를 위해 순천시장을 사퇴했다. 김만흠 원장은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김선동 의원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 민주당 후보가 있는 이번 선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2일 여수MBC 여론조사에서도 김선동 후보(36.5%)는 노관규 후보(46.8%)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다. 통진당 측은 적극 투표층의 경우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인 4,9%포인트로 좁혀졌다는 점에 희망을 갖고 있다.

2004년 정당지지율 회복할까
통진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려면 비례대표 당선자가 최소한 2004년의 8명을 넘어야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야권이 끌려가는 선거 구도상 애초 통합진보당이 8명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정희 대표와 관련된 경선 논란으로 인해 18대 총선 정도(3명)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이정희 대표 악재만 극복된다면 8명 이상도 가능하다. 2004년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표쏠림 현상이 있었지만, 이번 총선의 경우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정책위의장 출신으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0번을 받은 노항래 후보는 “국민들께서 민주당을 왼쪽에서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비례 12번(20%)까지는 당선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허황된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 후보는 “지금 당이 썩 아름답지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시민들이 야권연대 후보에 더 많은 표를 주실 수 있고, 의외의 지역구에서 선전하는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YTN이 3월 23일 발표한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10.9%로, 오랜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실제 총선에서의 정당지지율은 여론조사의 1.3배 정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최소한 2004년만큼의 비례의석은 확보하는 셈이다.

23일 오후, 이정희 대표가 경선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현재로선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쉽지 않지만, 이후 야권연대의 프리미엄에 따라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