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편 테러와의 전쟁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편 테러’라는 말이 우리 일상에까지 올랐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 안전검색을 강화하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 기간(3월 26~27일)을 전후한 3월 15일부터 28일까지 ‘우편테러안전대책본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우편 테러라면 2001년 9·11테러 직후 잇따라 발생한 탄저균 사건이 떠오를 것이다. 탄저균이 묻은 편지가 미국 워싱턴DC에 배달돼 5명이 죽고 17명이 감염됐던 이 사건은 당시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의 소행일 것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미궁에 빠져 있던 이 사건은 2008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던 육군전염병연구소 세균 전문가 브루스 아이빈스가 기소를 앞두고 자살함으로써 개운치 않게 종결됐다.

강남우체국 직원과 탐지 전문가가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등 행사 관련 시설에 배달될 우편물을 폭발물탐지기와 화학방사능탐지기로 검색하고 있다.

희대의 우편 테러범으로는 미국 수학자 테드 카진스키가 유명하다. IQ가 160이고 16세에 하버드대에 입학한 천재였던 그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7년 동안 ‘소포 폭탄’으로 3명을 살해하고 29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는 기술 진보가 인간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생각하고 과학자, 사업가, 컴퓨터 전문가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동생의 제보로 체포된 그는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고 콜로라도 특수감옥에 수감돼 있다.

국민에게 편익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우편이 테러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우편 테러나 범죄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 우편법은 지식경제부 장관이 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물건을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시행된 새 우편법에서는 이를 ‘우편금지물품’(개정 전 우편법에서는 ‘우편금제품’)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고시한 우편금지물품은 9가지다. 폭발성 물질, 발화 및 가연성 물질, 인화성 물질, 유독성 물질, 독약류 및 병균류, 방사성 물질, 공안방해와 그 밖의 위험성의 물질 등으로서, 거의가 상식적으로 판별이 가능한 것들이다. 이런 우편금지물품을 우편으로 발송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그 물건을 몰수하도록 우편법은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취급하는 것 중에도 우편금지물품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헤어스프레이나 스프레이 모기약 같은 경우는 우편금지물품 중 ‘발화 및 가연성 물질’에 해당한다. 60도가 넘는 술은 ‘인화성 물질’로 분류된다. 전자충격기, 석궁, 마약류, 음란물, 밀수품, 밀반출 문화재 등은 ‘공안방해와 그 밖의 위험성의 물질’에 들어간다.

우체국 직원은 우편금지물품이라는 게 의심되면 우편물의 개봉을 요구할 수 있다. 부치는 사람이 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접수를 거부할 수 있다. 배달 도중에 우편금지물품의 혐의가 발견될 경우에는 배달을 중단하고 부친 사람에게 통보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우편금지물품이나 법규 위반 우편물이라고 하더라도 우체국은 이를 함부로 개봉할 수 없고, 법에 정한 범위와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 전국 우체국에서는 수상한 우편물에 대해 금속탐지기로 검색을 실시한다. 추가 검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집중국에서 엑스선투시기로 정밀 검색을 하게 된다. 위해성 의심 우편물은 화학·방사능탐지기와 폭발물탐지기로 검색한다. 지난 3월 19일 권총으로 보이는 우편물이 검색됐는데, 경찰 확인 결과 모형 권총으로 판명돼 정상적으로 배달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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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우편 테러가 발생한 일이 없다. 우편금지물품을 발송해서 처벌을 받은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으로도 우편이 범죄나 테러에 악용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