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위대한 오디션 뚫은 슈퍼신인

3일과 14일,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민주통합당 2명과 통합진보당 1명은 당선권 이내, 민주통합당 2명은 당선가능권 순번에 배치될 예정이다.

민주당 청년비례대표로 뽑힌 2명의 20대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면, 1963년 만 28세로 당선된 김상현 전 의원 이후 49년 만에 20대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셈이다.

청년비례대표 아이디어를 먼저 낸 곳은 민주통합당이다. 지난해 말 민주당, 혁신과통합 등 시민단체 세력, 한국노총의 통합 추진과정에서 청년비례대표 선발이 처음 거론됐다. 당시 혁신과통합 측은 통합과정에서 ‘슈퍼스타K’ 방식으로 4명의 청년 비례대표를 선발하고, 이들을 당선권에 배정하는 방안을 냈다.

3월 16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4명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 터 안상현, 정은혜, 김광진, 장하나 후보. | 강윤중 기자

민주당과 시민, 노동세력의 통합이 이뤄진 이후인 지난해 12월 28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청년비례대표 선출안을 확정했다. 민주통합당 최고위는 최고위 산하에 경선관리위원회를 두고, 20대와 30대 남녀 2명씩을 오디션 방식으로 선발해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하겠다고 결정했다. 1위 후보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올리겠다는 결정도 났다.

민주통합당은 청년비례대표 선발을 ‘락파티’(Rock Party)라 명명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68)는 “여러분이 민주통합당을 뒤흔드십시오. 투표로 대한민국을 뒤흔드십시오”라며 ‘락파티’의 뜻을 설명했다. ‘Rock’이란 단어에 ‘흔들다’는 뜻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2월 5일에는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클럽에서 축하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경선, 후보 인지도 높아 흥행
락파티의 진행방식은 기업에서의 사원 채용방식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389명의 지원자들은 서류심사, 심층면접, 합숙토론, 투표라는 4개의 관문을 거쳐야 했다. 2월 9일 발표된 서류심사 결과에서 116명, 2월 12일 발표된 심층면접에서 48명의 후보가 전형을 통과했다. 2월 26일 발표된 청년정치캠프 결과 16명의 후보가 남았고, 토론회와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4명이 최종 결정됐다.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애초 민주당은 1월 16일까지 지원자를 받겠다고 선언했지만 지원자 수가 수십명에 그쳐 1월 28일까지 한 차례 기간을 연장했다.

이후에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에서 2차 모집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일각에선 모집 기간 내에 등록하지 않은 김영경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2차 모집은 없던 일이 됐다.

두 달 이상 경선이 진행됐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년정치캠프를 제외하면 보도가 많지 않았고, 후보들의 중량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0만명을 목표로 한 청년선거인단 모집도 1만7088명에 그쳤다. 1위 김광진 후보(31)는 투표 참가자 8510명 중 1245표를 얻었다.

뒤늦게 청년비례대표 경선을 시작한 통합진보당은 민주당보다 비교적 흥행에 성공한 모양새다. 결선투표에서 통합진보당은 4만8384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1위 김재연 후보는 투표 참가자 1만9756명 중 9180표를 얻었다.

소속정당 달라도 청년의제 공통점 많아

3월 13일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후보로 선출된 김재연씨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2월 17일 통합진보당은 청년비례대표 경선 ‘위대한 진출’을 시작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43)는 “지금까지 우리 당이 ‘스스로 정치를 한다’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 왔다. 노동자, 농민이 스스로 정치를 하는 것을 차근히 이뤄왔지만 청년이 스스로 하는 정치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위대한 진출’의 의의를 설명했다. 총선까지 시간적 여유가 적은 만큼 경선은 압축적으로 진행됐다. 2월 23일 서류심사에서 20명의 후보가 결정됐다.

‘락파티’에 비해 ‘위대한 진출’이 달랐던 부분은 후보 선출방식이다. 민주당이 일반적인 선발방식을 따랐다면, 통합진보당은 두 차례 투표를 통해 후보를 뽑았다.

3월 1일 통합진보당 청년비례후보 20명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각자 준비해온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현장에서 5명을 뽑는 후보평가단의 투표가 진행됐다. 이후 통합진보당은 3월 7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100분 토론과 선거인단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1명을 선발했다.

통합진보당의 BIG5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락파티’ 후보들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었다. 최종 1위를 한 김재연 후보(31)와 1차 현장투표에서 1위를 한 조성주 후보(33)가 각각 활동했던 한국대학생연합과 청년유니온은 2011년 청년운동의 두 줄기였던 반값 등록금 운동과 청년의 노동권 쟁취운동을 대표한다. 김지윤 전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28)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 등 여당 인사들과의 토론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덕분에 후보 개인의 언론 노출 비중도 ‘락파티’ 후보들보다 높았다.

김지윤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위대한 진출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공지영 소설가, 김용민 나꼼수 PD 등이 이 발언을 옹호했고, 통합진보당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SNS 사용자들이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선출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렸다.

최종적으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후보로 선출된 김재연 후보는 “청년들끼리 모이면 소속 정당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것보다 청년의제 등에 대해 공통점이 훨씬 많다. ‘락파티’ 후보들과도 초당적인 청년의원 모임을 만들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청년국회의원선출 특별위원장을 지낸 남윤인순 최고위원(54)은 “청년비례 경선이 진행되던 시기와 민주당 공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던 시기가 겹치면서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 있었다. 우리와 통합진보당의 프로그램 내용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선거인단 숫자만 가지고 비교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윤 최고위원은 “앞으로 당 차원에서 12명의 멘토단을 구성해 청년후보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후보들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고, 후보들의 면면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