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김장김치와의 전쟁

김장철을 맞아 우체국이 김장김치 소포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김치가 발효하면서 발생한 가스로 소포의 부피가 늘어나 비닐이나 플라스틱, 스티로폼, 종이 등의 포장이 파손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절임배추 포장에서 소금물이 줄줄 새고 김장김치 소포가 빨간 김칫국물로 범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파손된 김장김치 소포는 직원들이 일일이 두꺼운 비닐봉지에 담은 후 튼튼한 종이상자나 스티로폼에 다시 포장해서 배달한다. 파손 상태가 심각해 재포장이 어려운 소포는 반송한다.

김장철을 맞아 절임배추나 김장김치 소포의 김치가 발효하면서 포장이 파손되는 일이 잦다. 김장김치를 보낼 때는 내용물을 3분의 2만 채우고 포장을 튼튼히 하는 게 좋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런 소포가 우편집중국마다 하루 20~70건에 이른다. 김장철이 시작되던 지난 11월 하순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는 절임배추를 담은 소포의 포장이 파손된 사례가 하루 평균 100여건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의정부우편집중국은 40개, 고양우편집중국은 70개, 대구우편집중국은 40개, 창원우편집중국은 20개, 울산우편집중국은 40개의 김장김치 소포를 매일 다시 포장해 배달했다.

김장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을 소포로 보낼 때는 포장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두 겹의 두꺼운 비닐봉지로 포장하고 스티로폼이나 종이상자도 두꺼운 것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치가 발효하면서 부피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서 용기에 가득 채우기보다 3분의 2 정도만 담는 게 좋다.

김치 배달을 우체국에 맡기는 것과 민간 택배업체에 의뢰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체국에서 부치면 우편물이지만 민간 택배업체를 통하면 그렇지 않다. 우체국택배도 소포우편의 한 가지다. 통상적으로 김치와 같은 물품을 직접 우체국에 가서 부치면 소포, 집에 우체국 직원을 불러서 부치면 택배라고 하지만 법적 용어로는 다 소포우편이다.

소포의 내용물은 위험하거나 범죄적인 것이 아니면 특별한 제한이 없다. 우편법에는 우편 취급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물건을 우편금제품(郵便禁制品)이라고 하여 소포로 부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징역, 벌금 또는 과료의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우체국에서는 의심되는 소포우편물에 대해서는 X선투시기나 금속탐지기 등을 이용해 우편금제품이 들었는지를 가려낸다.

우편금제품의 목록은 우편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장이 고시한다. 그 내용을 보면 ①폭발성 물질 ②발화 및 가연성 물질 ③인화성 물질 ④유독 또는 악취가스나 증기를 발하는 물질 ⑤유독성 물질 ⑥강산류 및 강산화성 물질 ⑦독약류 및 병균류 ⑧방사성 물질 ⑨공안방해와 그 밖의 위험성 물질 등이다. 약간의 예외는 있다. ⑦항의 독약·병균류는 특수한 기관의 면허·허가를 받은 자가, ⑨항에 해당하는 음란물의 경우 법적·행정적 목적으로 공공기관에서 각각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편금제품이 아니더라도 소포로 보낼 수 없는 게 또 있다. 무게가 30kg를 초과하거나 가로·세로·높이의 합이 160cm가 넘는 물건이다. 이 또한 약간의 예외가 있는데, 이를테면 사전 계약에 의해 다량으로 발생되는 택배 물품이다. 이 경우도 중량은 30kg을 넘으면 안 되며, 크기를 가로+세로+높이 200cm까지 허용하고 있다. 귀금속과 같은 고가품을 소포로 보낼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다만 안심소포보험의 상한이 300만원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고가품은 우편을 이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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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회사와 달리 우체국은 수익보다 공공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벽지나 외따로 떨어진 지역까지 주소만 있으면 전국 어디에나 보내는 게 가능하다. 우편금제품이 아니고 규격을 초과하지 않는 물품이라면 원칙적으로는 무엇이든지 우체국 소포로 보낼 수 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튼튼한 포장이다. 김장김치를 보내거나 받을 때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