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국제특송의 달인’ 우체국 EMS

외국 대학에 입학 지원서를 보낼 때 디에이치엘(DHL)을 이용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적으로 애매한 점이 있었다. 상업 서류가 아닌 일반 서류는 국가의 신서(信書) 독점권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으로 인한 이런 ‘불법’ 영업은 지난 6월 27일 우편법 시행령이 개정·발효되면서 합법화됐다. ‘외국과 특급배달서비스를 이용하여 수발하는 서류’ 일체를 신서 독점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국가와 민간이 국제특송(EMS) 시장을 놓고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열렸다.

지난 10월 13일 중국 시안에서 열린 ‘한·중·일 우편 고위급 회의’에서 홍만표 우편사업단장 (맨 오른 쪽)이 한국 우정사업의 성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EMS의 사전적 정의는 ‘만국우편협약 제14조에 따라 통신문·서류 또는 물품 등을 다른 우편물보다 우선 취급하는 가장 신속한 우편업무로서, 국가 간 표준 다자간 협정 또는 양자협정을 통하여 합의한 내용에 따라 취급하는 속달 우편서비스’다. 올해 국내 EMS 시장 규모는 1860만건, 금액으로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체국을 비롯해 DHL·페덱스(FedEx)·유피에스(UPS)·티엔티(TNT)와 같은 ‘글로벌 빅4’와 대한통운·한진택배·현대택배·범한판토스 등의 토종기업이 시장을 다투고 있다. 우체국이 민간업체와 경쟁하는 분야는 택배, 예금, 보험 등이다. 이제 EMS를 비롯한 우편업무도 더 이상 국가가 독점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우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퀵서비스를 포함한 우편업무의 많은 부분이 민간에 개방된다.

공익을 중시하는 정부기관과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간업체가 경쟁하면 결과는 뻔할 듯하다. 그런데 ‘우체국 국제특송 EMS’는 그렇지 않다. 2009년 DHL을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이후 지금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재 국제특송 시장점유율은 우체국이 36.1%를 차지한다. 금액으로는 2억2700만 달러에 이른다. 그 뒤를 DHL(35.2%), FedEx(10.2%), TNT(9.0%) 등이 잇는다. 이 4개 기관과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다.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 면에서도 우체국 EMS는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지난 5월 만국우편연합(UPU)이 전 세계 152개 EMS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 서비스 품질 평가’에서 금상을 받았다. 2006년부터 5년 연속 최고상 수상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개그콘서트 ‘달인’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병만씨를 우체국 국제특송 EMS 홍보대사로 위촉, ‘특송의 달인’ ‘달인에게 부탁해’라는 문구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우체국 EMS가 국내 첫선을 보인 것은 1979년이다. 첫 해 취급 물량은 600건에 불과했지만 그 뒤 폭발적으로 증가, 2008년 500만건을 돌파했다. 29년 만에 무려 8400배 성장한 셈이다. 현재 215개 국가에 30kg 이하의 서류나 물품을 보낼 수 있으며, 100kg까지 보낼 수 있는 EMS프리미엄, 일본·싱가포르·홍콩 등에 발송 다음날 배달하는 초특급우편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제 법적 제한이 사라져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한 국제특송 시장에서 우체국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가 82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거대한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은 물론 나라 간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 지난 7월 스페인에서 열린 ‘카할라 우정연합체 최고경영자 전략회의’라든가 지난 10월 13일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우편 고위급 회의’에서 논의된 핵심 주제도 전자상거래 신규 배달 서비스 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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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홍만표 우편사업단장은 “새로운 해외배송 우편서비스는 빠르고 안전한 EMS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가격은 더 저렴해질 것”이라며 “시행되면 각국의 전자상거래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