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l 우리는 99%]99% 힙스터의 분노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청년세대 ‘경제정의’ 외치다

"우리는 99%다.”
미국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청년세대다. 이들은 자신을 ‘99%’라고 규정한다. 경제력을 기준으로 위계화된 계층의 사다리에서 하위 99%에 속한다는 뜻이다. 극소수 최상위 계층이 부를 편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한 상징적 구호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 찬성하는 미국 청년들은 ‘우리는 99퍼센트다’ 블로그에 자신의 사연이 담긴 손 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있다. /‘We Are the 99 Percent’ 블로그 캡처

‘1%에 대한 99%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청년세대는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의 솔직한 토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는 99%다(We Are The 99 Percent)’라는 이름의 블로그에 실린 글들을 읽는 것이다. ‘우리는 99%다’는 시위 참가자와 지지자들이 각자 자신의 사연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는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의 고민은 ‘88만원 세대’ 또는 ‘삼포세대’라 불리는 한국 청년세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살 학생입니다. 2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8학점을 듣고 있습니다. 4000 달러의 빚을 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학비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4년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인데 학자금 대출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한 후 아무런 미래도 없이 빚에 쪼들리는 삶을 살게 될까 두렵습니다.”

한 4년제 대학 졸업자는 “일자리를 알아보는 동안 학자금과 생활비로 빌린 돈을 다 써버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시간당 8달러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판 ‘88만원 세대’ 고민도 일자리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청년세대를 경제적으로 실업과 개인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상대적 빈곤층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이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말은 ‘힙스터’다. 힙스터는 국내 언론에서는 2007년 이후 신문의 생활·스타일 지면에 드물게 등장했을 뿐 일반 대중에게는 낯선 말이지만, 뉴욕타임스가 지난 9월 30일 이번 시위를 분석한 칼럼을 게재하면서 ‘히피와 힙스터가 숨을 내쉬다’라는 제목을 뽑고는 정작 용어 설명을 따로 하지 않았을 만큼 미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유통되는 표현이다.

시사주간지 <타임> 2009년 7월 29일자 기사를 보면 힙스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자신들이 추종하는 흑인 재즈음악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하려는 백인 중산층 젊은이”들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1990년대에는 “대안적 예술과 음악에 관심을 가진 중산층 청년세대”를 뜻하는 말로 발전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일종의 저항문화를 지칭했던 힙스터는 2000년대 이후 부정적인 뜻을 얻는다. 힙스터 문화를 대변하는 미국의 부정기 잡지 이 출간한 <힙스터에 주의하라>를 보면,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는 힙스터를 “온갖 짜증을 내면서 세상 모든 것을 키치로 만들어버리는 이 과도하게 쿨한 어린 놈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연령적으로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에 속하는 힙스터들에 대한 평가는 ‘소비문화에 탐닉하는 젊은이들’과 ‘유행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종하는 젊은이들’ 사이를 오간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경제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력 블로거 에즈라 클라인은 지난 4일 블로그 기사에서 “99%의 미국인들이 모두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99%의 미국인들은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합의가 깨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들은 그것이 다시 복원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