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휴가갈 때 우편물 어떻게 하나

휴가철 집을 비울 때 신문이나 우유가 집 앞에 쌓여있으면 위험천만이다. ‘여기는 빈 집’이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도둑의 표적이 되기 딱 알맞다. 휴가 떠나기 전 신문지국이나 우유보급소에 전화를 걸어 며칠간 배달하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이웃에게 거두어 달라고 부탁하는 게 현명하다. 빈집이라는 흔적을 없애는 것이다.

사실 많은 주부들이 여기까지는 챙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앞의 신문만큼이나 위험한 게 우편함이지만 이에 대해 인식하는 가정은 드물다.

집배원이 아파트 우편함에 우편물을 넣고 있다.

우편물은 빈집이라고 해서 신문처럼 집 앞에 수북이 쌓이지는 않는다. 등기우편물은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수취인이 없으면 우체국으로 되돌아 가게 마련이고, 일반우편물은 집 앞이 아니라 현관의 우편함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우편함이다. 우편함에 우편물이 가득 들어있다면 ‘그 집은 빈집’이라는 것을 표시내는 셈이다.

우리 사회는 우편함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무신경하다.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유출되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우편함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편지 겉봉투에는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 때로는 휴대폰 번호까지 상세히 적혀있지만 이에 대한 보안의식이 없다.

모든 아파트 우편함에는 잠금장치가 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집은 거의 없다. 아파트든 상가건물이든 우편함은 24시간 열려있는 게 보통이다. 우편함에 꽂힌 편지를 제3자가 보고 발신자 또는 수취인의 정보를 훔쳐간다거나, 아예 편지를 가져간다 해도 범인을 붙잡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우편함 속 우편물이 없어진 일로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선진외국에선 우편함 보안이 생활화돼 있다. 가정의 우편함은 늘 잠겨 있다. 집배원은 이 잠겨 있는 우편함의 투입구로 편지를 집어넣고, 주인은 열쇠로 열어 우편물을 꺼내간다. 외부인은 손을 대려야 댈 수 없는 구조다.

휴가갈 때 우편함을 잠가놓고, 돌아온 뒤 열쇠로 열어 우편물을 가져간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우편함 열쇠는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우편함을 열어놓은 채 휴가를 떠난다면, 집을 비우는 동안 우편물도 배달되지 않도록 손을 쓰는 게 안전하다.

우편물이 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나. 우체국에 전화를 걸어 ‘장기부재시 배달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우편물을 받을 수 없으니 그날 이후 배달해달라”고 하면 그 집 우편물은 우체국에서 보관해두었다가 지정된 날짜에 몰아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휴가가 아니라 이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새 주소로 우편물이 배달되도록 하려면 우체국을 방문하거나, 집배원에게 “앞으로는 이 주소로 배달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이사가기 전 우체국을 갈 여유가 없거나 깜박 잊고 챙기지 못했다면 옮겨간 곳에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면서 신청하면 된다. 요즘은 전입신고서 양식에 ‘우편물 전송서비스’를 원하느냐고 묻는 항목이 있어 여기에 ‘희망’ 표시만 하면 새 주소로 우편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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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편물 전송서비스는 선진외국에서도 대부분 시행한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은 대개 유료이나, 우리는 무료라는 점이다. 그 대신 외국은 이사 후 1년 이상 서비스해주지만 우리는 3개월밖에 안 해준다. 3개월 뒤 날아오는 우편물은 어떻게 하나. 실제 이사 가고 없는 사람 앞으로 와 발송자에게 반송되는 우편물이 연간 1억통쯤 된다.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이런 ‘반송 낭비’를 막으려면 이용자 개개인이 은행이나 카드회사와 같은 각종 대금청구업체에 변경된 주소정보를 알려주는 게 최선이다. 일일이 전화를 하는 게 귀찮다면 KT무빙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주소변경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 우편서비스, 알면 편리한 게 참 많다.

<이종탁 출판국장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