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할 ‘4대강 준설’

곳곳에서 재퇴적 현상 발생…

‘완공’ 연연하는 정부, 시행사와 계약 수정 모색

4대강 사업은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국책사업이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퇴적’ 현상 때문이다. 준설 후 모래가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이 4대강 사업 구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의 예측이 현실로 드러났다.

2월 24일 촬영한 준설을 마친 낙동강과 병성천의 합수부 모습.(위) 3월 22일 낙동강과 병성천 합수부에 모래가 다시 쌓여 있다.(아래)

4대강 사업의 완공을 ‘수심’ 기준으로 하면 재퇴적 현상 때문에 끝을 보기 어려운 사업이 된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4대강추진본부)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말 완공을 위해선 재퇴적 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재준설을 해야 한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이다. 정부로서는 4대강 사업 완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와 시행사는 재퇴적이라는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원래 계약을 수정하는 ‘꼼수’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사업은 ‘미완성 상태의 완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4대강 사업 완공을 선언하고, 재퇴적 문제는 4대강 유지보수로 해결하려는 의도다.

낙동강, ‘헛준설’ 비판 가능성 높아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의 총준설량은 4.56억㎥다. 준설현장에서 볼 수 있는 25톤 덤프트럭 2850만대 분량이다. 4대강추진본부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으로 총준설량의 97%, 4.42억㎥가 준설된 상태다. 4대강추진본부의 자료를 보면 준설 완공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규모 준설 이후 4대강 곳곳에서 재퇴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낙동강이다. 낙동강의 총준설량은 3.4억㎥로 4대강 사업 총준설량의 75%를 차지한다. 낙동강에서 재퇴적 현상이 심해 재준설을 반복하면 ‘헛준설’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 현장팀장은 “남한강 준설토를 보면 모래와 돌이 많이 섞여 있다. 이에 비해 낙동강 준설토는 대부분 모래”라며 “낙동강에 모래가 많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재퇴적 현상이 더욱 심하다”고 설명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도 “지난 5월 4대강 전역을 조사해보니 대부분의 지천에서 재퇴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4대강범대위, 시민환경연구소 등이 참여한 시민사회단체의 공동조사 결과 함안보 등 보 하류부, 황강 등 지천 합류부, 백사장 준설지역 등에서 재퇴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하중도, 낙동강과 병성천이 만나는 합류부 등에서 눈에 띄는 재퇴적 현상이 발생했다. 재퇴적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하천이 스스로 원래 모습을 복원하려는 힘에 있다.

준설을 한 남한강과 청미천의 합수부. 4월 5일 촬영했다.(위) 5월 13일 남한강과 청미천의 합수부에 재퇴적으로 모래섬이 형성돼 있다.(아래)

하나의 보에서 하류에 재퇴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물 흐름의 양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고정보 구간에서는 유속이 느려지고, 가동보 구간에서는 유속이 빨라진다. 유속이 느려지는 구간 즉 고정보 하류지역에 모래가 퇴적하게 된다. 합천보뿐만 아니라 함안보, 이포보 등 대부분의 보 하류부에서 재퇴적 현상이 발생했다.

재퇴적 물량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는 준설 물량 공정만 밝히고 있을 뿐, 재퇴적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시민사회단체도 재퇴적 물량을 측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재원과 인력 부족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도면 등의 자료도 구하기 어렵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재퇴적 관련 조사를 하려면 배를 띄우고, 수심을 정기적으로 재야 한다”면서 “돈과 인력이 부족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재퇴적 물량을 측정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대신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덤프트럭 기사의 증언을 통해 재퇴적 현상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4대강 강바닥에서 퍼올린 준설토는 덤프트럭을 통해 적치장으로 옮겨진다. 덤프트럭 기사들이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낙동강 25공구와 30공구(구미보)에서 준설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덤프트럭 기사 김모씨는 “준설 후 비가 오면 준설한 곳이 원상태로 돌아간다. 갈수기에는 덜하지만, 우기에는 이 현상이 심한 것 같다”면서 “시행사가 7월 장마가 오기 전에 준설을 다 끝낸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 도면대로 되든 안 되든 준설을 끝내려는 계획인 것 같다. 준설을 하면 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주보가 건설 중인 경북 상주에서 활동하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홍식 사무장은 “상주보 부근을 자주 돌아보는데, 준설한 곳에 모래가 다시 쌓인 것을 많이 본다”면서 “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3~4m씩 쌓이는 것 같다. 재준설을 하려고 해도 적치장이 없어서 처리할 곳도 없다. 재퇴적 문제로 시행사가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시행사는 재퇴적 문제로 준설계약 재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70여개 4대강 공구 입찰 내역서를 보면 22개 공구에서는 대형 건설사와 턴키(일괄수주)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턴키 계약을 맺은 건설사와 발주처는 ‘도면’을 기준으로 준설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퇴적 현상이 생기면 건설사는 재준설을 해서 도면대로 만들어야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된다. 건설회사에서는 수익 때문에 재준설을 꺼릴 수밖에 없다.

준설할수록 수익성 낮아 시행사는 꺼려
낙동강 사업에 참여하는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도면대로, 즉 수심을 기준으로 준설을 끝마치는 계약을 맺었다”면서 “재퇴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와 4대강 업체 간에 재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낙동강 사업에 참여하는 또 다른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는 총준설 계약을 맺었는데, 재퇴적되는 모래는 협력업체가 준설을 하기로 했다. 비용은 우리가 먼저 지불한다”면서 “나중에 그 비용을 발주처와 협의해서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면 기준 계약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완공 기점을 설계 도면대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세한 사안은 관련 부서에 물어봐라”고 대답했다. 4대강추진본부 사업1팀 관계자는 재퇴적 문제에 대한 질문에 “그 내용은 다시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 측은 “국토해양부는 9월이나 10월에 도면 기준으로 최종 측량을 할 예정”이라며 “재퇴적 문제로 도면과 실제 측량의 차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방침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 29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4대강 완공 행사에 총 100억원의 예산이 사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토해양부가 준비하는, 1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는 그랜드 오픈 행사와 문화관광부가 4대강 사업 완공식과 연계한 각 지역축제 관련 행사 비용 50억원 등 오픈행사, 국제행사, 각종 부대행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합산한 결과다.

보 건설 마무리 중인 여주에 가다

여주 이포보 건설현장 전경. 공원 조성을 위해 심어놓은 나무가 물에 잠겨 있다.(위) 가물막이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강천보 건설 현장.(아래)

7월 6일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퇴적 현상을 보기 위해 경기도 여주를 찾았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과 함께 남한강과 청미천의 합수부로 향했다. 사람 무릎 높이의 천이었지만, 대규모 준설로 인해 수심이 깊어진 곳이다.

재퇴적 현상이 심한 곳이지만, 이날은 볼 수 없었다. 강물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도 며칠째 오지 않았던 매우 더운 날이었다. 그런데도 남한강은 장마가 온 것처럼 수위가 높았고, 물살도 거셌다.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충주댐에서 물을 방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를 보호하기 위해 비가 오면 충주댐은 물을 가둬놓고 비가 안 오면 그동안 가둬놓은 물을 방류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비가 올 때 물을 방류하면 보가 무너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홍수조절을 해야 하는 댐이 보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주에는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3개의 가동보가 설치되고 있다. 4대강추진본부 자료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으로 보의 공정률은 96%, 준설은 9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강천보를 시작으로 여주보, 이포보를 돌았다. 여주 곳곳에서 산처럼 쌓아놓은 준설토 적치장을 볼 수 있었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풍경이 준설토 적치장이다.

3개의 보는 모습은 다르지만 보 주위에서 벌어지는 공사 현장은 비슷했다. 비와 불어난 물로 무너진 제방을 수리하는 모습은 똑같다. 보 주위에 설치된 가물막이는 유실되어 강물에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이 집행위원장은 “너무 급하게 공사를 해서 유실된 가물막이를 치울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보 주위에는 사람들이 별로 이용할 것 같지 않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포보에 조성돼 있던 주변 공원은 물에 잠긴 곳도 있다.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로 인해 유속은 빨라졌고, 비까지 오면 주변 제방과 강 주변에 만들어놓은 공원은 상처를 입게 된다. 물이 할퀴고 간 공원과 제방을 손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목적으로 홍수예방, 수질개선, 생태복원을 들고 있다. 결과는 정반대다. 이 집행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물 피해는 늘어났고, 생태계는 복원이 아니라 망가졌다”면서 “청미천 주변에 살았던 생물들은 모두 사라지고 오리만 보이는 게 생태복원이냐”고 토로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