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캐나다 우편파업 강제 종료

캐나다에 가족 친지를 두고 있거나 캐나다로 유학 가려는 사람들에게 지난 3주일은 애끓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우편노조의 파업으로 생필품을 보낼 수도, 유학 가는 데 필요한 서류를 보낼 길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체국에서는 캐나다로 가는 우편물을 아예 받지 않았고, 대사관에 문의하면 파업이 해결될 때까지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셈이었다.

파업 중인 캐나다 우편노조원. | 연합뉴스

한·캐나다 사이에만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캐나다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가 캐나다로 우편물을 보내지 못했으니 곳곳에서 비명과 원성이 터져나왔다.

당사국인 캐나다는 어땠을까. 캐나다에선 각종 요금을 우편으로 청구하고 우편으로 납부하는 게 일반적인 관습이다. 지금도 물건을 주문하고 대금을 결제할 때 전적으로 우편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캐나다 내에 수천개를 헤아린다. 집 월세나 전화요금을 낼 때 체크(일종의 자기앞수표)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개인이 신청한 운전면허증이나 여권 같은 것을 관공서에서 보낼 때도 으레 우편을 이용하는 나라가 캐나다다. 이런 나라에서 우편물 접수·배달이 전면 중단되었으니 그 혼란과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6월 28일로 이런 파업상황은 종료됐다. 우리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우정에서 캐나다로 가는 우편물 접수를 재개했다. 이용자들은 ‘이제 됐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우정업계에선 파업 전후의 사정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캐나다 우편파업은 우정사업 민영화 같은 구조개편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현재 캐나다 우정은 정부 소유의 기업, 그러니까 공사체제로 운영된다. 우편사업 독점권은 인정되지만 노조는 민간인 신분인 만큼 파업권을 갖고 있다. 캐나다 우정의 최대 노조인 CUPW에는 집배원은 물론 우편창구직원, 청소원, 운전원, 전기수리원 등 5만4000명이 가입해있다. 이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들고 일어난 게 이번 파업의 발단이다. 한 마디로 돈 때문인 것이다.

미국 우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거의 쓰러질 지경이지만 캐나다 우정은 지난해 3억2000만 캐나다달러(3550억원)의 흑자를 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편물량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 버텨볼 만은 한 것이다.

그 때문인지 파업 종료도 노사간 타협에 의해 도출되지 못했다. 경제손실과 국민불편이 커지는 것을 보다못한 정부가 개입, 노조원에게 업무복귀를 명령하는 법안을 마련해 의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강제로 종료시킨 것이다. 집권여당이 입법을 통해 파업 노동자들의 업무복귀를 강제하는 것은 캐나다에서 종종 동원되는 방식이다. 1997년 우편노조 파업 때도, 2001년 밴쿠버 버스노조 파업 때도 같은 방식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업무복귀 명령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노사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캐나다 우편노조 역시 이번 명령에 대해 “정부가 우리 우편노동자들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는 비난성명을 내놓으면서도 즉각 업무에 복귀했다.

캐나다 사회는 유럽의 선진국처럼 파업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다. 내가 고통받더라도 노조가 파업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참아주는 게 보통 시민의 정서다. 하지만 이번 우편파업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좋지않은 것 같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대체수단이 있는데 아날로그 시대에나 통하던 우편파업을 아직도 하느냐는 식의 짜증 섞인 분위기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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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체신노조에서 우정노조로 이름을 바꾼 우리의 집배원노조는 어떤가. 우정노조는 공무원이지만 현장업무를 한다는 특성 때문에 파업권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노조 50년 역사에서 실제 파업을 감행한 적은 없다. 이용자 입장에선 그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종탁 출판국장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