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찰지구나.” 아마 인터넷 게시판을 좀 들여다본 사람들이라면 저 말들의 인용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인터넷까지 들여다볼 필요 없다. ‘무한도전 무한상사 야유회 특집 미방영 영상’에서부터 경향신문에 연재되는 만화 ‘반지하생활자의 수기’,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농성장까지 이미 저 문구들은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그리고 저 표현들의 원류는? ‘홍콩행 게이바’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인터넷 만화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다. 놀랍게도 원작자는 현재 고등학생이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네이버 블로거 엉덩국의 만화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의 한 장면.
1994년생, 그러니까 우리 나이로 17살인 고등학생 김영택군이 이 만화를 인터넷에 올린 것은 지난해 11월 7일이다. 만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성 정체성을…’이나 ‘홍콩행…’을 검색엔진에 넣어 검색해보시도록. 요즘 포털들은 알아서 자동으로 검색어를 완성해준다. 어쨌든 김군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그릴 때는 지금까지 그려왔던 다른 만화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얼마동안 반응은 별로였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점차 반응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찰지구나” 패러디는 각 인터넷 커뮤니티를 장악했다. 포털 구글에 ‘찰지구나’를 넣고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는 무려 153만건.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만화영화 캐릭터 짱구가 엄마에게 엉덩이를 맞는다. 찰싹 찰싹 아들의 볼기짝을 때리던 엄마의 얼굴이 갑자기 ‘성 정체성을…’의 캐릭터 ‘PINK’로 변하면서 한 마디 한다. “우리 아들 엉덩이 찰지구나.” 여기서 잠깐. “찰지구나”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제는 관용어처럼, 심지어 TV 자막에도 등장하지만 표준어는 “차지구나”가 맞다. 마찬가지로 끈기 있는 밥은 “찰진 밥”이 아니라 “차진 밥”이 맞다. 어쨌든 파도는 이제 쓰나미가 되었다. 심지어 영어버전, 아랍어 버전까지 나왔다. 3D캐릭터, 실사버전도 선보였다.
지난 6월 초에는 김군의 만화를 CCTV의 각도에서 재구성한 플래시 애니메이션까지 나왔다. 김군에 따르면 ‘사자성어’로 대화를 재구성한 버전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 패러디도 있다. 김군은 포털 네이버에 ‘엉덩국’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이미 온라인 팬클럽까지 결성된 상태다. 원작자인 김군이 궁금해 쪽지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일단 궁금한 거. 김군이 이렇게 온라인에서 유명인사가 된 걸 부모님이나 가족들은 알까. 김군의 답. “부모님은 잘 모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졌다. 주로 또래에게 유명하다.” 김군은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상당한 팬을 거느렸다. 앞으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나가면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전공을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정하지는 못했다.”
‘찰지구나’가 표준어가 아닌 것은 김군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지구나’를 수정하지 않은 까닭은 “단어의 어감을 위해서 일부러 만화에 사투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만화의 원작자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건 이거다. 그러니까, 만화 속 노란머리 주인공처럼 원작자는 ‘다른 성 정체성’을 깨달았는지. 그는 스스로 밝혔다. 김군은 “대부분 만화를 보고 동성애자일 거라고 유추하는데, 사실 수차례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난 이성애자”라며 “사실 동성애와 관련한 ‘이반’의 사랑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있는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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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