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Y세대 직장인 안아주기 ‘배려와 지원’

80년 이후 출생, 전체 직장인의 23% 넘어… 자기 중시, 강한 개성, 사생활 우선 성향

임종호씨(30·은행원)는 회사에서 메신저를 할 때마다 눈치를 살핀다. 업무상 필요해 동료들과 주고받는 것인데도 상사들이 지나가면서 “저 녀석, 또 딴짓 하네” 하는 표정으로 힐끔힐끔 쳐다보기 때문이다. 그는 회식문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조건 폭탄주가 몇 순배 돌고 선배들의 재미없는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간을 때워야 하기 때문이다.

선배세대와 소통 벽 허물기 필요
이재연씨(24·홍보회사 직원)는 얼마 전에 과로로 입원까지 한 뒤로 회사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비교적 선후배간의 소통이 원활한 직장인 데도 일에 대한 부분은 분명하지 않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만 자꾸 일이 몰리고, 자기 일을 후배에게 미루는 중간 상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

선배 세대의 불만도 적지 않다. 안치용씨(44·경제연구소 차장)는 “요즘 젊은 후배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려고 든다”고 말한다. 조직의 필요가 아니라 자신의 선호에 따라 업무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386세대인 자신에 비해 오히려 보수적·성차별적 문화를 갖고 있는 점과 자칫 버릇없게 보이는 말투나 태도 역시 거슬리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신세대 직장인의 비중이 늘면서 직장에서 세대간의 오해와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선배 세대는 후배들이 회사 일보다 개인생활을 앞세우고, 어려운 일을 피하려 들며, 걸핏하면 사표를 내던지고, 취미에 정신을 판다고 느낀다. 거꾸로 후배 세대는 선배들이 부당하게 개인생활에 간섭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정당한 퇴근이나 휴가 사용에 제동을 거는 데 불만을 품는다. 이 때문에 세대간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신세대 직장인을 말하다’라는 보고서에서 1980년대 이후 태어난 ‘Y세대’가 2008년 기준으로 전체 직장인의 23.8%를 차지하면서 이들을 고려한 새로운 리더십과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세대라는 명칭의 유래는 1993년 미국의 <애드 에이지(Ad Age)>라는 잡지가 “1980년대 전후에 태어난 세대로, IT 기술에 익숙하고 부모의존적인 성향이 특징”이라고 보도한 데서 비롯됐다. 국내에서도 “자녀수가 1, 2명인 소가족에서 경제적 뒷받침과 함께 자기중심적으로 자란 세대로, 컴퓨터 등 첨단기기와 서구식 대중문화에 익숙”하다는 설명과 함께 1990년대 말부터 언론에 종종 등장했다. 이들이 대학 졸업과 함께 사회로 대거 편입하면서 Y세대 문화가 새로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Y세대 장점 경쟁력으로 활용을”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들 세대의 특성으로 다섯 가지를 든다. 첫째 업무 외에도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며,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Broad network) 둘째 평가결과와 보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Reward -sensitive) 셋째 글로벌 환경과 IT 등 새로운 것에 강한 적응력을 보인다.(Adaptable) 넷째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상대방도 명확하게 의사 표현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Voice) 다섯째 회사보다 개인생활을 중시하며, 특히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한다.(Oriented to myself) 연구소 측은 이 같은 특징을 나타낸 영어 약자를 줄여서 ‘브라보(BRAVO) 세대’란 이름을 부여했다.

Y세대는 학창 시절부터 스터디그룹과 팀플(팀 프로젝트를 줄여 부르는 신세대 용어), 인터넷동호회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변화시키는 데 익숙하다. 인맥을 중시하는 선배 세대와 달리 이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따른 넓고 얕은 인간관계에 익숙하다. 나아가 이들은 취미활동, 미래를 위한 학습, 최첨단기기 구입 등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신세대는 또 조직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보다 보상에 민감하다. IMF 경제 위기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평생고용 개념의 붕괴를 목격하면서 단기적·실제적 보상을 추구하는 성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부모와의 친밀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성장한 탓에 작은 일에 대해 자주 칭찬과 격려를 받고 싶어하고, 업무 결과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피드백을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상사들이 지나치게 이성관계나 퇴근 이후의 생활, 휴가에 대해 묻는 것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이 같은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배 세대 관리자의 입장은 다르다. “우리 때는 ‘내가 총대를 멘다’는 식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있었는데 지금 사원들은 누구나 해도 되는 일을 어느 한 명에게 시키면 싫은 표정이 금방 나온다” “평가나 실적을 관리할 때 공동 실적을 집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때도 ‘네 것’ ‘내 것’을 가르고 싶어한다” “스스로 아무것도 못한다. 어릴 때부터 테크닉 위주로 배우다 보니 고민하는 습관이 부족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 등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대 직장인들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불만은 최근 인터넷에서 ‘사회에 나가면 알게 되는 사실 43가지’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한 네티즌이 올린 43가지는 직장인들 사이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 ‘포기하면 편하다’ ‘아니면 말고’ ‘가는 말이 고우면 사람을 얕본다’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요’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피곤하다’ ‘어려운 길은 길이 아니다’ ‘개천에서 용 난 놈 만나면 개천으로 끌려들어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거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할 필요는 없다’ ‘되면 한다’ ‘고생 끝에 골병 난다’ ‘원수는 회사에서 만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면 내 손만 아프다’ ‘티끌 모아 봐야 티끌’ 등이다.

이에 대해 리더십강사 장정빈씨는 “신세대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조직문화를 강요하는 선배 세대에 대해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어려운 입시 관문을 거쳐 대학 4년 내내 스펙을 쌓고 수백 장의 이력서를 쓰면서 입사한 직장이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자신들의 포부를 펼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많다. 이는 보수적인 직장 문화가 이들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경기 위축, 고용불안 상황에서 평생직장이 보장되지 않은 데 대한 신세대의 애착 부족과 불안감을 볼 수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 지난해 신입사원의 1년내 퇴직률은 27.9%였으며, 삼성경제연구소가 47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45%의 신세대 직장인이 지금보다 나은 직장에서 오라고 한다면 당장 옮길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세대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의 강점을 조직의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게 기업 성공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선진국에서는 Y세대 또는 밀레니엄세대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실증연구가 부족하다”면서 “그들의 특성을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이해하고,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잘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성 세대가 세대차를 느끼는 신세대의 말
● “저는 오늘 약속 있어서 회식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담당자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일을 시켰을 때)이거 제 일 아닌데요.”
● “이 일을 왜 해야 하나요?(일의 목적이나 필요에 대한 설명 요구)”
●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퇴직하겠습니다.(적성에 맞지 않으면 그만두거나 전배 요청)”
● “꼭 주말근무를 해야 하나요?”

신세대가 세대차를 느끼는 기성 세대의 말
● “요즘 사원들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
● “일일이 지시를 해야 하나?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봐.”
● “왜 메신저로 업무 협의를 하나? 얼굴을 보고 해야지.”
● “내가 결혼할 때는 결혼식 당일까지 일하다 갔다.”
● “(매일 야근하다가 오랜만에 일이 일찍 끝나는 날) 수고했으니 오늘은 부서 전체 회식하자.”

Y세대와 조직 ‘윈윈’을 위한 7가지 제언

‘신세대 직장인을 말하다’ 연구를 진행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신세대의 특성을 잘 이해해 그들이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동시에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7가지 제언을 내놓았다.

1. 다양한 관심사와 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신세대의 넓은 인맥을 통해 기업문화에 맞는 인재를 채용한다. 그들이 밖에서 즐기는 인간관계와 관심동호회들이 조직 내에서도 가능하도록 한다. 관심 주제에 대해 조직 내에서 크고 작은 시도를 해 보도록 독려한다.

2.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 보상하라
업무성과 이외에 조직 내 서열, 근무시간 등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만들어 공개한다. 승복하지 않을 경우 공식채널을 통해 소원 제기를 받는다.

3. 바로 칭찬하고 피드백을 해 주라
업무의 최종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도 피드백이 필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잘했는지, 어떤 면에서 개선됐으면 하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스토리텔링’ 기술을 발휘한다.

4. 도전적 업무 기회를 제공하라
신세대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도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열린 도전의 장을 마련한다. 아이디어 제안, 직무순환, 자율적 연구개발, 지식교류 등 참여와 업무 열정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5. 소통과 협력의 장을 마련하라
아이디어 제안제도, 간담회 정례화, 고충상담채널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의견 개진의 기회를 부여한다. 경쟁 우위가 아니라 협력 우위의 풍토가 자리 잡도록 기반을 조성한다.

6. 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멘토링하라
집단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고유의 가치와 능력을 지닌 개인으로서 신세대 개개인의 성장과 경력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 실질적으로 업무에 도움을 주는 2, 3년 선배의 업무멘토링과 부서장급의 멘토링을 조화시킨다.

7. 유연한 근무문화를 구축하라
근무시간(양)이 아니라 성과(질)에 따라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퇴근할 때 눈치를 주거나 불필요하게 야근을 시키는 등 암묵적으로 근무시간을 통제하는 상사의 리더십을 개선한다.

Y세대의 직장 만족도 설문 조사 결과

Y세대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회사의 직무’(45%)나 ‘자기발전가능성’(42%), ‘전반적인 직장생활의 만족도’(44%)에 대해서도 10명 가운데 4명 정도만 긍정적 답변을 했다. 자신의 소득에 만족하는 신세대 직장인은 37%에 불과했다. 동기부여 요인으로는 53%가 ‘성장과 경력개발’을 꼽았다. 이어 ‘경제적 보상’(40%), ‘좋아하는 일’(33%) 순이었다. 이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고려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에 대한 흥미’(55%), ‘발전가능성’(44%), ‘일과 생활의 균형’(42%) 순으로 답변했다. <응답자 4731명, 2009년 9월17~23일 온라인 조사, 삼성경제연구소>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