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Place]‘슬픔’을 달래준 달콤함

- 컵케이크 전문점 ‘Cloud 9’

가수 강산에는 ‘코미디’라는 노래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없네 사람이 없어 그 사람 안에 그 사람 옆에, 울리고 웃기고 또 울리고, 울리고 웃기고 또 울리고.” 일상이 흔들리는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일상적이던 모든 것을 멈추고 싶어질 때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남자가 그랬다. 아니 어디 그 남자뿐이랴. 수많은 사람이 차마 어쩌지 못하는 상실감에 망연자실, 주저앉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남자의 place를 연재하기 위해 어딘가 찾아가야 한다면 그곳은 대한문 앞이거나 봉하마을 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가지는 못했다. 아니 가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너무나 무력한 나를 볼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그 무력함이 전직 대통령을 죽게 만들었다는 참을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질 것이 괴로웠다. 하지만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니 그 일과 그 남자의 일은 다르다는, 놀라운 프로정신으로 칼럼을 이어가기에는 그 남자는 프로가 아니었다.

정처없이 걸었다. 배가 고파질 때까지, 슬픔이 걷고 있다는 생각으로 잊힐 때까지, 아니 걷다가 다시 돌아가면 이 모든 일이 꿈이거나 잘못 알았던 사실로 뒤바뀌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들어오는 지인들의 애통한 메시지가 서로 위로하기 시작했고, 위로는 그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좀 더 분명하게 깨닫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갑자기 단것이 먹고 싶어졌다.

식욕이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하지만 단것이 먹고 싶다는 욕구는 충격만큼, 상실감만큼 강렬하게 다가왔고 그 남자는 ‘cloud 9’이라는 어느 컵케이크 집으로 들어갔다. 가게는 작고 조용했다. 미술을 전공했다는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컵케이크를 만들고 그것을 팔고 포장하기를 되풀이했다. 케이크 베이스에 생크림과 버터크림을 얹거나 베이스에 바나나를 넣거나 하는 일련의 작업은 단 한마디 말도 필요하지 않는다. 나란히 줄 세운 컵케이크의 베이스는 모두 똑같은 모양이어서 위로가 되었다. 서로 완벽하게 같은 모습이라는 사실은 슬픔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컵케이크의 베이스에 장식을 얹는 순간 그것들은 완벽하게 달라진다. 단지 외형만 약간 차이가 날 텐데도 그 차이가 한 오븐에서 몇백도의 고열을 견디며 만들어진 완벽한 일체감을 다시 완벽하게 다르게 만들어낸다는 것은 놀라웠다.

그 맛은 달고 깊었다. 아주 깊은 단맛이 잠시 생각을 잊게 해주었다. 그 남자는 ‘그래서 더 슬펐다’고 쓰겠다. 그러면 오늘을 잊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달고, 슬픈 맛. Cloud 9

cloud9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0-9

그 남자의 Place

문의 02-337-3342

그 남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맛집과 가고 싶은 곳을 멋대로 소개한다. 정말 괜찮은 Place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는 친절함도 갖추고 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주)피당 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다.